19일 저녁 북아일랜드 제2도시 런던데리의 중심가에서 폭탄 차량이 폭발한 직후 경찰이 트위터에 현장 사진과 거리 폐쇄 안내문을 올렸다. 북아일랜드 경찰청 트위터 갈무리
주말이던 19일 저녁 북아일랜드 제2도시인 런던데리 중심가 한복판에서 차량이 폭발해 ‘브렉시트’로 인한 혼란으로 뒤숭숭한 영국과 아일랜드가 패닉에 빠졌다. 북아일랜드 경찰당국은 이튿날 사건 용의자 2명을 체포하고 이들이 무장투쟁 조직인 뉴아일랜드공화국군(New IRA)과 관련이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0일 전날 런던데리에서 발생한 차량 폭발 사건과 관련해 북아일랜드 경찰이 2명을 체포해 이들이 뉴아일랜드공화국군과 연관돼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폭발은 전날 저녁 8시15분께 런던데리 시내 중심가 법원 건물 앞에서 발생했다. 사고 직후 북아일랜드 경찰청은 공식 트위터에 “경찰이 사건 현장에 출동했다. 초기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시민과 상인들의 인내와 협력을 당부한다. 어떤 정보이든 제보해달라”고 썼다.
이번 차량 폭발에 앞서 경찰은 이미 신고 전화를 받고 의심 차량의 소재를 파악한 뒤 주민들의 외출을 금지하고 거리를 폐쇄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리시 타임스>는 “차량이 폭발하기 30분 전에 피자 배달 차량 한대가 도난당했다는 신고를 받았으며, 그 차량이 폭발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민주연합당(DUP)을 이끄는 알린 포스터 대표는 사건 직후 트위터에 “이처럼 무의미한 테러 행위는 강하게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대응한 관계 기관에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영국과 아일랜드 언론들은 이번 사건과 뉴아일랜드공화국군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선데이 타임스>는 이번 공격이 ‘뉴아일랜드공화국군’의 소행이라고 보도했지만, 명확한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북아일랜드를 둘러싼 아일랜드와 영국 사이 30년 분쟁의 종지부를 찍은 1998년 벨파스트평화협정에 반대하는 무장투쟁 조직이다.
북아일랜드는 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와 함께 영국(정식 국호는 그레이트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을 구성하는 4개의 홈네이션 중 하나로 영국계 개신교도가 다수다. 1921년 구교 국가인 아일랜드가 자치령으로 독립할 때 영국령으로 남으면서 양쪽 간 갈등이 싹텄다. 아일랜드 내에선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사이에 강한 국경 통제가 시작되면서 잠복됐던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일랜드 쪽에서도 이번 차량 폭발 테러를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다.
사이먼 코버니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북아일랜드를 폭력과 갈등의 과거로 끌어들이려는 테러 행위는 설 자리가 없고 정당화될 수도 없다”고 경고했다. 한때 북아일랜드 무장투쟁을 지지했던 신페인당의 엘리샤 매캘리언 의원도 “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도시이며 아무도 이런 식의 공격을 원치 않는다. 이번 공격이 이 도시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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