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8일 스카이 뉴스의 아침 정치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브렉시트 협상 합의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스카이 뉴스 방송 화면 갈무리
영국이 테리사 메이 총리 등 보수당 지도부와 유럽연합(EU) 간의 브렉시트 합의 초안을 두고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수당 강경파가 총리 불신임을 추진하는 가운데, 메이 총리는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유럽연합 쪽에선 협상 시한을 2년 연장하는 방안도 흘러나온다.
메이 총리는 18일 <스카이 뉴스>에 출연해 “향후 7일이 이 나라의 미래에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지도부 교체는 협상을 더 쉽지 않게 만들고 더 늦추거나 좌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피자 클럽’으로 불리는 보수당의 브렉시트 강경파가 “합의안은 영국을 유럽연합의 속국으로 만들 것”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한 데서 더 나아가 총리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고 나선 데 대한 반박이다.
보수당에서 총리 불신임안을 발의하려면 하원 재적 의원 315명의 15%인 48명 이상이 당내 초선의원과 평의원들로 구성된 백벤처 그룹인 ‘1922년 위원회’에 불신임 요청장을 제출해야 한다. 영국 일간 <더 선>은 불신임을 주도하는 잭 골드스미스 의원을 인용해 “17일 현재 불신임 요청장을 보냈다고 공개 천명한 25명을 포함해 모두 42명의 의원이 불신임에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강경파가 발의 정족수에 부족한 6명을 채우기 위한 의원 확보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도 <스카이 뉴스>에 “메이 총리가 합의한 브렉시트 안에 대한 의회 인준 표결에서 노동당은 반대표를 던지겠다”며 재협상을 촉구했다. 그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재실시는 미래의 옵션이지 오늘의 선택지는 아니”라며 당장 재투표를 공론화하진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메이 총리는 <스카이 뉴스>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한 ‘1922년 위원회’에 전달된 불신임 요청장은 아직 48건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번 합의안은 영국 국민의 권리이자 이 나라의 국익이며, 그것이 나를 움직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메이 총리는 “우리가 향후 유럽연합과의 관계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전까지는 탈퇴 협상에도 합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 둘은 함께 가기 때문”이라며, 이번주 중에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을 만나고 다른 회원국 정상들과도 얘기를 나누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의 브렉시트 협상 파트너인 미셸 바르니에 수석대표가 18일 브렉시트 이행 전환 기간을 2022년 말까지 2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가디언> 등이 전했다. 애초 합의안 초안은 브렉시트 개시일인 내년 3월29일 이후에도 영국을 유럽 단일시장에 남기고 2020년 말까지 무역 협정을 협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전환 기간 연장은 영국이 유럽연합 법규들을 준수하고 분담금을 내는 기간도 그만큼 길어진다는 의미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노동당의 코빈 대표는 19일 영국산업연맹 연례 총회에 참석해 노동당이 마련한 ‘좋은 브렉시트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는 “영국에 좋은 브렉시트란 단지 유럽연합과 무엇을 협상하느냐라는 것뿐 아니라 영국 전역에서 공공 기반시설 투자와 좋은 일자리 창출, 지역 공동체의 진정한 자기 통치를 실행하는 촉매가 돼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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