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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경유차 막고 전기스쿠터 늘리고…유럽은 미세먼지와 전쟁 중

등록 2018-11-12 18:15수정 2018-11-13 09:46

영국 스모그 사태 이후 대기오염 심각성 공유
유럽연합, 오염물질 줄이기 위한 ‘공동 대응’

각국 노후 경유차 퇴출 본격화
전기스쿠터 등 친환경 교통수단 사업도
개인 및 환경단체, 국가 상대 소송도
황사 경보가 내려진 지난 5월 중국 베이징 시내 모습.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황사 경보가 내려진 지난 5월 중국 베이징 시내 모습.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의 공포가 세계를 뒤덮고 있다. 미국 보건영향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는 한해 420만명(2015년 기준)이 대기오염으로 기대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50년에는 도시 대기오염이 물 부족과 위생 상태 악화보다 큰 사망 원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를 뿌옇게 뒤덮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세계 각국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유럽은 대기오염 대책에 가장 적극적인 지역이다. 1950년대 영국 런던을 뒤덮은 스모그로 1만명 넘게 사망한 참사를 계기로 유럽 국가들엔 대기오염이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각인됐다.

노후 디젤(경유)차 퇴출이 최우선적 조처가 되고 있다. 디젤차를 탄생시킨 독일의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도시에선 노후 경유차의 도심 운행을 금지하는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 내년부터 배기가스 배출 기준 유로-5(2008년 발효) 이하 경유차의 중심가 진입을 금지하는 게 정책의 뼈대다. 디젤 차량은 경유가 연소하면서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를 다량 뿜어내 대기질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영국 런던에선 초저배출구역으로 지정된 곳에 유로-6 기준(2013년 발효)을 충족하지 못하는 차량이 진입하면 혼잡통행료(11.5파운드·약 1만7천원)를 비롯해 ‘독성 요금’(12.5파운드)을 물리고, 프랑스 파리에서도 노후 경유차 도심 진입 금지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낡은 경유 차량에 대해 중심가 진입을 금지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출처 드림스타임
독일 베를린에서 낡은 경유 차량에 대해 중심가 진입을 금지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출처 드림스타임
프랑스는 이산화탄소 발생 ‘제로’를 목표로 2040년부터 경유·휘발유차 판매를 금지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대신 전기 및 하이브리드 차 구매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도 이러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자전거와 전기스쿠터 등 친환경 교통수단 사용을 확대하는 대책도 시행한다. 런던에서는 안전한 자전거도로 확보를 위해 철로 위로 ‘스카이 바이크 웨이’(자전거 고가도로)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자전거도로가 철도 역사와 연결돼 자전거 사용과 대중교통 이용률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전용도로 길이는 200㎞가 넘고 예산이 12억파운드(1조7500억원)가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최근 런던에서는 전기스쿠터 공유 서비스 사업도 시작됐다. 교통 체증이 심각한 런던 시내에서 차량 평균 시속이 10㎞인 점을 고려했을 때 시속 20㎞로 달릴 수 있는 스쿠터가 대중화되면 대기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과 환경단체들의 대응도 적극적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지난해 7월 요가 강사 클로틸드 노네즈(56)가 대기오염으로 건강이 망가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14만유로(1억8000만원)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세먼지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을 알린 계기였다. 비슷한 사례로 국제환경단체 ‘클라이언트 어스’도 영국 정부의 대기오염 대책이 미진하다며 2015년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정부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독일환경행동’도 주요 도시의 경유차 운행을 금지해달라고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개인과 환경단체의 적극적인 대응이 정부와 시당국의 대책 마련을 채찍질하는 기폭제 구실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과 중국, 한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 대기오염 정도가 심각한 수준임을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초록은 대기질이 좋은 상태이고 노랑, 주황, 빨강으로 갈수록 대기오염이 심각함을 나타낸다. 에이큐아이 누리집 갈무리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유럽과 중국, 한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 대기오염 정도가 심각한 수준임을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초록은 대기질이 좋은 상태이고 노랑, 주황, 빨강으로 갈수록 대기오염이 심각함을 나타낸다. 에이큐아이 누리집 갈무리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기오염 문제 해결에는 무엇보다 국가들 간 공동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각 나라가 겪는 대기오염은 한 국가만이 해결할 수 없는 공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대기오염 문제에 함께 대응해왔다. 1983년 발효된 제네바의정서는 대기오염 감시와 평가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국가는 많은 대응 비용 부담을 지도록 했다. 이런 대책은 2000년대 들어 유럽연합(EU)이 국가별 배출량 상한 지침을 통해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 암모니아 등의 감축 목표량을 설정하는 것으로 진화했다. 2030년까지 2000년대 초 기준으로 40%가량의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처음엔 국가별 자발적 참여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가고 있다. 이는 ‘국내용 대책’에만 몰두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기오염의 영향을 주고받는 중국과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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