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 런던 랭카스터하우스에서 각국 대사를 상대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연설을 하고 있다. 메이는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완전히 탈퇴하고 자윱무역협정 체결로 유럽연합 시장 접근을 하겠다고 밝혔다. 런던/신화 연합뉴스
’유럽연합을 완전히 떠나겠다. 하지만, 유럽연합 단일시장에는 자유롭게 접근하겠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 밝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기조연설은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된다. 유럽연합에서 완전히 탈퇴하고,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겠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내가 제안하는 것은 유럽연합 단일시장의 회원국 자격이 아니다”라며 “대신에 우리는 새롭고, 포괄적이고, 대담하고, 야심적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서 유럽연합 단일시장에 최대한의 가능한 접근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에서 “반은 나가고, 반은 가입하는” 관계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이 유럽연합을 일단 나가면, 더 이상 유럽연합의 이민규정이나 유럽사법재판소의 사법권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유럽연합 탈퇴 반대론자였던 메이가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 즉 유럽연합으로부터의 완전한 탈퇴를 밝힌 것은 브렉시트를 선택한 영국 국내 여론의 반영이다. 즉, 브렉시트의 동력이 이민자 급증 및 영국 주권의 제한 등에 대한 불만이기 때문이다. 이런 브렉시트 여론을 충족시키려면, 유럽연합으로부터완전히 탈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쪽은 영국이 유럽연합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유럽연합 단일시장 접근은 제한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가결 뒤 거론됐던 준회원국 자격이나, 유럽연합의 관세동맹 잔류를 선택한다 해도, 유럽연합과 영국 사이의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영국으로서는 유럽연합 회원국 자격을 완전하게 포기하고,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맺는다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현재 유럽연합 회원국 사이에서는 전면적인 자유무역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이런 혜택이 없어진다. 또 유럽연합은 비회원국을 상대로 수입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 수출의 절반은 유럽연합과 하고 있다. 특히 금융산업, 자동차업체, 항공업체에게는 유럽과의 교역이 절대적이다. 유럽연합 탈퇴 뒤에 그 단일시장 접근 혜택이 사라지면, 영국 산업에게는 치명적이다. 영국이 추구하는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순탄히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토마스 프루자 체코 유럽연합 담당 장관은 유럽연합 쪽의 반응을 잘 보여준다. “영국의 계획은 아주 야심적이다. 가능한 자유로운 교역, 이민에 대한 전면적 통제…그럼 그런 모든 것을 취하면서 주는 것은 무엇인가?” 영국이 자기 것은 다 챙기면서, 유럽연합의 혜택을 그대로 누리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이다.
영국은 강온 양면작전을 쓸 것으로 보인다. 메이는 무역협정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영국은 경쟁력있는 조세율을 자유롭게 택하고 경제모델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이 법인세 등을 낮춰서 유럽연합에 있는 기업들이나 자본 등을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메이는 그 결과는 유럽연합에게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의 하나와 교역하는 데 새로운 장벽”을 만들 것이다고 경고했다. 영국도 타격을 보지만, 유럽연합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위협이다.
메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의 응원도 끌어들였다. 트럼프가 최근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를 극찬하며 영국과 신속하게 무역협정을 다시 체결하겠다고 말한 것을 인용했다. 유럽연합이 영국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미국과 영국이 단합해 유럽연합 흔들기에 나설 수도 있다. 트럼프는 “유럽연합이 독일의 도구”라며, 다른 유럽 국가들도 유럽연합을 떠날 것이라고 말해, 유럽연합 해체를 지지했다.
그러나 메이는 유럽연합에게 유화적 태도도 보였다. 유럽연합 탈퇴 협상의 결과는 영국 의회의 비준을 받겠다고 밝혔다. 의회에는 여전히 유럽연합 잔류가 다수이다. 탈퇴 협상 결과가 의회를 통과하려면, 하드 브렉시트 진영의 의견만을 담을 수 없다. 메이의 연설 뒤 영국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2.8%나 급등한 배경이다. 파운드화는 연설 전날 16일 31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메이는 또 단계적인 접근도 강조했다. 그는 영국과 유럽연합의 새로운 관계를 단계적으로 진행할 기간을 설정해, 기업들에게 새로운 상황을 계획하고 대처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영국과 유럽연합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 이후 달라지는 유럽은 이제 본격적인 샅바 싸움에 들어갔다. 메이가 말하는대로 영국과 유럽연합이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 적극적인 동맹, 친밀한 친구”로 계속 남을 수 있을지, 아니면 트럼프가 말한대로 “나토는 한물 갔고”, “다른 나라들도 유럽연합을 떠날” 지를 이제 유럽연합, 영국, 미국이 결정해야 한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유럽연합과 미-영은 과거보다는 훨씬 멀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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