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의 비밀 외교 전문을 폭로해 세계적인 논란을 부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왼쪽 둘째)가 지난 2012년 2월 재판을 받기 위해 영국 런던 대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폭로 전문매체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45)가 은신하고 있는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어산지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시켰다. 미국 대선을 3주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와 관련된 정보를 집중 폭로해온 어산지의 고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콰도르 정부는 18일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머물고 있는 어산지의 인터넷 연결을 일시적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성명에서 “(에콰도르 정부는) 타국의 국내 사안에 대해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존중한다. 특히, 특정한 후보를 지지하는 등 타국의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보다 하루 앞선 17일 위키리크스는 클린턴 후보가 2013년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진행한 연설문 내용을 폭로한 뒤 어산지와의 인터넷 연결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항의했고, 이를 토대로 지난달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에콰도르를 방문했을 당시 미 대선과 관련된 폭로를 멈추게 하기 위해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미 국무부는 위키리크스의 의혹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밝힌 상태다.
에콰도르 정부의 이번 조처는 어산지의 줄어든 입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6년 개설된 위키리크스는 ‘정보 투명성’을 근거로 주요 정부의 기밀 문서들을 폭로하며 독보적인 지위를 누렸으나, 전직 국가안보국(NS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등장과 ‘파나마 페이퍼스’ 의혹 등이 줄줄이 공개되면서 영향력이 줄었다. 특히, 지난 7월 위키리크스가 터키 정의개발당의 이메일 30만건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의 신용카드 정보·여권 번호 등 민감한 정보가 동시에 유출돼 관련 시민단체들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
위키리크스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전국위원회 지도부나 클린턴 캠프 관계자들의 이메일을 연이어 공개하면서,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는 러시아가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위키리크스는 실수를 연발하며 그간 쌓아온 신임을 무너뜨렸다”고 평했다.
어산지는 2011년 두 여성을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스웨덴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혐의를 부인하고 2012년부터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피신 생활을 하고 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