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투표에 책임을 지고 사임할 뜻을 밝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운데)가 29일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영국 정치권이 ‘브렉시트 후폭풍’에 휘말리면서 ‘조기 총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50·보수당) 총리는 국민투표 직후 ‘사임’ 의사를 밝혔고, 제러미 코빈(67) 노동당 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압도적인 ‘불신임’으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최근 100년 동안 보수-노동 양당 체제가 굳어진 영국에서 두 정당이 동시에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진 건 처음이다.
당장 차기 총리를 맡을 보수당 대표 경선이 안갯속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30일 전격적으로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출마 선언을 한 직후다. 이날까지 차기 대표 경선에는 고브 장관과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 스티븐 크랩 연금장관이 출사표를 던졌다.
영국에선 집권당이 새 총리를 선출할 때 꼭 총선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제3당인 자유당의 닉 클레그 대표는 “전체 유권자의 0.03%에 불과한 보수당 의원들만의 투표로 총리를 바꾸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서 확실히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맨 오른쪽)가 의원총회에서 불신임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29일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앞서 28일 노동당은 의원총회 비밀투표에서 전체 의원 75%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코빈 대표의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코빈 대표는 지난해 10월 당대표 선거에서 “정통 좌파의 반격”을 외치며 혜성같이 등장했으나 불과 8개월 만에 사임 압박에 몰렸다. 그는 일반당원까지 참여하는 ‘재신임 투표’를 제안하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지만, 흐름을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노동당에선 앤절라 이글, 톰 왓슨 의원 등이 후임 당대표 경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캐머런 총리는 29일 “코빈이 노동당 대표로 있는 게 우리(보수당)에겐 좋겠지만, 국가의 이익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제발 나가라”며 ‘브렉시트 공동책임론’을 제기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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