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후 처음으로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왼쪽)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엇갈린 시선. 브뤼셀/AFP 연합뉴스
이틀째 이어진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유럽연합 역내의 ‘이동의 자유’가 단일 시장의 필수 조건이라는 데에 합의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전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영국인들은 경제보다는 (이민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에 관한 염려가 컸고, 결국 주권 문제로 번졌다”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원인을 이민자 문제로 돌리는 듯한 발언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상임의장은 29일(현지시각) 회의를 마친 뒤 “27개 회원국은 단일 시장이 ‘자유로운 이동’을 필요로 한다는 데에 명확하게 동의했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역시 “영국이 유럽의 단일 시장 접근을 원한다면, 반드시 유럽연합의 규정을 따르고, 분담금을 내야 한다”며 역내 자유로운 이동이 단일 시장의 전제 조건이라는 것을 못박았다. 앞서 영국이 유럽연합의 과실만 얻으면 안 된다며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미래가 빠르게 정해질수록 더 나을 것”이라며 영국의 빠른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거듭 촉구했다.
앞서 정상회의 첫날인 28일의 회의 분위기는 예상보다 훨씬 강경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외톨이 신세로 싸늘한 시선들을 받아내야 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영국은 브렉시트를 결정하는 데 몇 달도 심사숙고하지 않았다”며, 오는 9월초까지 영국의 후임 총리가 유럽연합 조약 50조를 발동해야 한다고 후속 일정을 못박고 나섰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이날 캐머런 총리가 기자들에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절차가 건설적이기를 바란다”고 한 말은 아무런 반향도 없었다. <로이터> 통신은 “캐머런 총리에게 이날은 ‘가장 어색한 정상회의’가 됐다”고 전했다. 회의 참가자들은 적어도 공식석상에선 예의를 갖추려 했다. 그러나 회의장 바깥에선 영국 총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한 외교관은 회의 뒤 만찬장에서 서양의 장례식 덕담을 빌려 “캐머런은 무덤에서까지 칭송받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캐머런은 첫날 회의 뒤 쓸쓸히 귀국했다.
조일준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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