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9일 브렉시트 표결 뒤 첫 EU 정상회의
특혜 배신감에 “최대한 빠른 이혼” 분위기 싸늘
특혜 배신감에 “최대한 빠른 이혼” 분위기 싸늘
유럽연합이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처음으로 26일(현지시각)부터 공식적인 대응책 논의에 들어갔다. 지난 24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선택으로 엄청난 충격과 불안, 분노가 뒤범벅된 혼돈의 주말을 지낸 뒤다.
새 주가 시작된 2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상임의장은 베를린에서 4자 회동을 갖고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담에 앞서 독일과 이탈리아는 영국이 유럽연합 조약 50조의 회원국 탈퇴 규정에 따라 ‘탈퇴 의사’를 통보하기 전까지 어떤 ‘비공식 협상’도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나갈테면 빨리 나가라’는 이야기다.
28~29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 긴급정상회의가 열린다. 28개 회원국 정상들이 모두 모이는 첫날 회의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유럽연합의 대의와 통합을 뿌리부터 뒤흔든 브렉시트 표결 사태에 대한 집중 추궁을 받을 게 확실시된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상임의장은 회원국 정상들에게 보낸 회의 초청장에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의 상황에 대해 설명할 것입니다”라고 썼다. 메르켈 독일 총리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에도 투스크 상임의장과 별도의 회담을 할 예정이다.
둘째날은 캐머런 총리가 영국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싸늘한 분위기를 실감하는 날이 될 것이다.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다시 모여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최대한 신속히 처리하는 방안과 탈퇴 협상의 기본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는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이후 유럽에 번지고 있는 ‘도미노 탈퇴’ 바람을 차단하기 위한 단호하고 원칙적인 태도가 지배적일 전망이다. 유럽연합에 극우 포퓰리즘, 이주민 위기, 경제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깐깐하게 굴 필요는 없다”며 격앙된 감정을 누그러뜨리려 했지만, 유럽연합의 전반적 분위기는 전혀 우호적이지 않다.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의 쌍두마차가 된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은 26일 “우리와 수많은 연계를 맺고 있는 우방·동맹국이 파괴되거나 해체될 수 없다고 믿는 우리의 유럽연합을 떠나기로 했다”며 영국에 대해 에둘러 배신감을 표현했다.
실제로 영국은 지난 2월 국민투표 일정을 공표한 이후 유럽연합과 ‘회원국 특별 지위’ 협상을 벌여, 회원국 시민 복지 제한 , 유럽연합 법률 거부권, 내무· 법무 정책의 선택적 적용권(옵트아웃) 등 파격적인 양보를 얻어냈다. 그런 뒤에 나온 ‘브렉시트’ 결정은 다른 회원국들의 불만과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영국과 미국 쪽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영국 정부는 27일 각료회의를 열어 ‘탈퇴 의사 통보 시점’ 등 나름의 전략을 고민했고, 의회도 이날 임시회의를 소집했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도 28~29일 유럽연합 정상회의에 옵서버로 참석할 계획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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