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 당수가 지난 16일 공개한 유럽연합 탈퇴 홍보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6월23일을 독립기념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나라를 되찾았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나이절 패라지(52) 영국독립당(UKIP) 당수는 국민투표 결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되자 트위터에 기쁨과 흥분에 찬 발언을 쏟아냈다. 영국독립당은 이름에서 드러나듯 반유럽연합 기치를 내건 극우정당이다. 패라지는 1992년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 창설을 위한 마스트리흐트 조약에 서명하자 항의 표시로 보수당을 떠나 영국독립당을 창당한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영국에서 꾸준히 반유럽연합 세력을 키웠고 결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이번 캠페인 기간 이민·난민 위기를 부각하며 부동층의 ‘반이민 정서’를 자극했다. 이달 중순 서유럽으로 향하는 수많은 난민 행렬 사진에 ‘브레이킹 포인트'(한계점)라는 문구와 “국경 통제권을 되찾자”는 슬로건이 적힌 포스터를 배포했다. 이를 두고 잔류 진영으로부터 “나치식 선전”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유권자들에게는 ‘이민 공포’를 각인시켰다. 그는 이 무렵 유럽연합에 반대하는 깃발을 단 배 30여척을 이끌고 영국 국회의사당 옆 타워브리지 아래로 몰고가 시위를 했다. 당시 유럽연합 잔류파도 배를 끌고 시위를 벌여 ‘템스강의 수상결투’를 벌이기도 했다.
패라지는 평소 인종차별 성향과 극단적 막말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2010년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저급한 은행원 외모에 젖은 걸레 같은 카리스마를 가졌다. 별로 국가답지 않은 벨기에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막말을 했다. 이 일로 유럽의회는 그에게 벌금 3000유로를 물리기도 했다. 그는 친러시아 성향을 내보이며 “국제사회의 현존 지도자 중 인간적인 면모를 제외하고 블라디미르 푸틴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비난에도 반이민 정서를 타고 그는 지지층을 굳히고 있다. 이미 그는 2013년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파 톱 100' 순위에서 캐머런 총리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이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