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런던 유스턴역에서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대학생과 자원봉사들 모습이 보인다. 조기원 기자
[조기원 기자의 영국 현지 르포]
대학생들 하루 12시간 반대 캠페인 벌이기도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 저조했으나 결과 반대
영국 EU 탈퇴 결정 뒤 REMAIN 스터커 찢겨
대학생들 하루 12시간 반대 캠페인 벌이기도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 저조했으나 결과 반대
영국 EU 탈퇴 결정 뒤 REMAIN 스터커 찢겨
“장기적으로는 이민자 등 외부사람들을 미워하거나 증오하는 분위기가 당연시 될 것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열리기 하루 전날인 22일 오후 런던 유스턴 기차역에서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하던 대학생 다니(26)는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사회적으로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뺏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을 탈퇴해야 한다는 브렉시트론자들의 주장이 영국 전체의 주장인 것처럼 오도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니는 22일에도 활발하게 소셜네트워크에서 반대 진영 움직임을 전했다. 하지만 23일 아침 국민투표 결과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기로 결정이 나자, 다니는 이날 아침 소셜네트워크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다니가 다른 대학생 친구들 6~7명은 유스턴역에서 반대 캠페인을 벌일 때만 해도 분위기는 그들에게 유리한 듯 보였다. 대학생들이 브렉시트 반대 진영 논리를 담은 팸플릿을 나눠줄 때 많은 시민들이 이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줬다. 일부 시민들은 자신들이 먼저 다가가 ‘인’(in)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받아갔다. 인(in)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가슴에 달고 있는 시민은 보였어도 ‘아웃’(out)이나 ‘리브’(leave)라고 적은 스티커를 붙인 이들은 거의 없었다.
다니와 친구들은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길게는 하루 12시간씩 벌이기도 했다. 여름방학이 이미 시작돼서 지방 출신 학생들은 집으로 내려간 경우가 많아서, 런던 출신 학생들 위주로 캠페인을 벌였다. 대학원 박사과정인 다니는 “2~3달전에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번 선거는 일생에 한번 있는 선거라 다른 선거와는 성격이 다르다. 팸플렛 같은 것은 노동당에서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심리학을 전공하는 20살 여대생 재스민은 “일정하지는 않지만 하루 12시간 캠페인에 참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재스민은 “영국이 유럽연합 안에 있으며 여행을 다니기 편했다. 하지만 유럽연합에서 나가면 제약이 생겨서 불편할 것이다”고 말했다.
22일 유스턴역에는 브렉시트 찬성을 주장하는 여성 노인도 있었다. 가슴에 리브라고 적은 뱃지를 달았던 그는 브렉시트 반대를 주장하다 살해당한 조 콕스 의원이 오히려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들 손에 죽었다는 음모론을 주장했다. 그는 “영국에 너무나 많은 이민자들이 들어와서, 영국인들은 살 집도 직장도 없다”고 말했다.
22일 유스턴역에서는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이들이 10여명 가까이 됐지만 찬성 캠페인을 벌인 이는 이 노인이 유일했다. 노인의 목소리는 작았고 시민들의 호응도 적었다. 22일 무가지인 <이브닝스탠더드뉴스>는 브렉시트 반대가 우세하다고 전했고,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 진영은 “기뻐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고무됐다. 반대 캠페인 진영은 투표가 마감 시간인 밤 10시 즈음까지도 런던 시내 집에 돌아다니면서 반대 투표를 해줄 것을 독려했다. 런던 시내 상점 상당수에는 현관에 22일까지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은 ‘리메인’(Remain)이라는 스티커를 붙여놓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인 23일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상점들에 붙은 리메인 스티커들은 투표 결과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내듯 23일 뜯겨 나간 것을 볼 수 있었다.
런던/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23일 런던 시내 한 상점에 리메인이라고 적힌 스티커가 찢겨 나간 모습이 보인다. 조기원 기자
22일 런던 유스턴역에서 브렉시트 찬성을 주장하는 여성이 리브라고 적힌 뱃지를 가슴에 달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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