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왜 탈퇴했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된 24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은 개표 결과를 토대로, 선거구별 인구구성상 특징과 브렉시트 찬반 비율의 상관관계를 그래픽으로 나타냈다.
그래픽을 보면, 투표 결과와 가장 뚜렷하게 상관관계를 보인 인구구성의 특징은 교육과 소득 수준이었다. 그래픽을 보면,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가 35% 이상인 선거구는 거의 모두 ‘잔류’ 비율이 높았다.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가 70% 수준인 런던의 금융 특구 시티 오브 런던은 잔류가 75.3%에 이르렀다. 반면 고등교육 인구가 35% 미만인 선거구는 ‘탈퇴’가 우세했다. 고등교육 인구 비율이 20% 미만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인 보스턴은 탈퇴 비율이 75.6%에 이르렀다.
소득별로 보면, 연봉 중간값이 2만5000파운드(약 4000만원)를 넘는 곳에선 ‘잔류’ 비율이 높았다. 고소득자 비율이 전국 최고인 웨스트민스터는 잔류가 69.0%를 차지했다. 그러나 고소득자 비율이 가장 낮은 블랙풀은 탈퇴가 67.5%였다. 잉글랜드 북부 옛 공업지대와 중부의 중소 도시들에서 ‘탈퇴’ 표가 쏟아져 이들이 사실상 브렉시트를 주도했다.
결국 영국의 브렉시트를 주도한 세력은 저소득, 저학력층이 주축이 된 셈이다. 유럽 경기침체로 먹고살기가 팍팍해진 상황에서, 유럽연합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들과 영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에게 적대적인 ‘반이민 정서’가 탈퇴 투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와 관련해, 영국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영국 안팎의 주요 기관들이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의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이 높아지고 교육예산 등이 줄어들 거라고 협박하며 ‘공포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비비시>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50여년간 유럽연합과 관련해 (영국이) 얻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이미 실업과 저임금, 저교육에 고통받는 계층에는 그런 공포 위협이 먹혀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지역별 차이도 컸다. 지역별 개표 결과를 표시한 영국 지도는 파랑(탈퇴)과 노랑(잔류)으로 선명하게 갈렸다.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주로 파란색이었지만,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유럽연합 체제에서 자유무역의 혜택을 누려왔고,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는 스코틀랜드는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브렉시트가 결정됨에 따라 독립 물결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역내 32개 지역 모두 잔류를 지지했다. 득표율로는 잔류 62.0%, 탈퇴 38.0%다. 북아일랜드 역시 유럽연합 탈퇴 44.2%, 잔류 55.8%라는 투표 결과를 토대로 독립의 명분을 마련했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투표 결과는 스코틀랜드인들이 유럽연합의 일부로서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줬다”며 유럽연합에 잔류하기 위해서 분리 독립을 추구할 생각임을 내비쳤다. 북아일랜드의 제3당 신페인당도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묻는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구체적인 투표 결과 분석이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브렉시트는 영국을 세대별로도 분리한 것으로 보인다. 투표 직후 현지 여론조사 기관인 유고브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유럽연합 체제에서 성장해 유럽연합 정신에 우호적인 18~24살 유권자 75%는 잔류를 지지했다. 반면 65살 이상은 61%가 이탈을 지지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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