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다른 회원국들의 ‘도미노 탈퇴’ 움직임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 통합의 꿈이 밑바닥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치러진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가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로 나오자 유럽연합 내 다른 회원국들의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은 일제히 반색하며 유럽연합 반대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마담 프렉시트’를 자처해온 프랑스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이날 브렉시트 투표 개표 도중과 탈퇴 확정 이후 트위터에 연거푸 글을 올려 “브렉시트에서 프렉시트로! 이젠 우리 차례다”, “자유의 승리! 내가 수년간 요구했던 것처럼 프랑스와 다른 유럽 국가들도 똑같은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렉시트’(FREXIT)는 ‘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를 뜻하는 말이다. 그는 영국의 국민투표 직전에도 “프랑스가 유럽연합을 탈퇴할 이유는 영국보다 1000개나 더 많다”며 “‘브렉시트’는 유럽연합 바깥에서 사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 이슬람 혐오와 반이민 정서를 주도하고 있는 ‘자유를 위한 네덜란드당’의 헤이르트 빌더스 의원도 이날 개표 중반 즈음 트위터에 “영국 만세! 이제 우리 차례다. 네덜란드도 국민투표를 할 때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확정된 뒤에는 다시 성명을 내어 “우리는 국가와 재정, 국경, 이민 정책을 스스로 결정하기 원한다”며, 내년 3월 총선에서 자신이 승리하면 영국처럼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탈리아 북부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이날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확정된 직후 “영국 자유 시민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며, 이탈리아도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주에도 그는 “만일 이런 게 유럽이라면, 나쁜 공동체에 남아 있기보다 차라리 홀로 서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럽연합 탈퇴까지는 아니더라도, 유럽의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세력을 키워온 극우 또는 보수 성향의 정당들을 중심으로 유럽연합 개혁에 대한 압박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독일을 위한 대안, 오스트리아 자유당, 스웨덴 민주당, 덴마크 인민당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재정정책, 복지제도의 수혜 대상, 국경 통제, 이주자와 난민 등 핵심 논란거리들에 대한 유럽연합 법규의 구속력 약화와 자국의 독자적인 정책 권한의 확대를 주장해왔다.
최근 사상 최초로 여성 로마 시장을 탄생시킨 이탈리아의 정당인 ‘오성운동’의 베페 그릴로 대표는 23일 “우리는 유럽을 떠날 생각은 없지만 유럽연합의 권한은 축소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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