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영국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캠페인 마지막날인 22일 런던 시청에서 유럽연합기와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이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진행되던 23일(현지시각) 영국의 날씨는 같은 지역에서도 폭우와 햇볕이 오락가락했다. 잉글랜드 남동부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쏟아진 뒤 오후 늦게 개고,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엔 햇볕이 내리쬐다 폭우가 쏟아졌다. ‘결전의 날’, 날씨도 막판까지 유럽연합(EU) 잔류와 탈퇴가 엎치락뒤치락했던 변화무쌍한 여론과 비슷하다는 비유가 나왔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런던에서는 이민자를 반대하는 브렉시트 주장에 대놓고 찬성하는 이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은 ‘브리메인’(영국의 유럽연합 잔류) 정서가 강했다. 이날 아침 런던 패딩턴역 인근 투표소에서 만난 32살 남성 토비는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나가면 단기적으로는 런던 집값이 내려가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며 “하지만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서 실업률이 오르고 젊은 사람들은 유럽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젊은 남성 루퍼트도 “유럽을 돌아다니며 사진과 관련된 일을 하기 때문에 유럽연합의 중요성을 잘 안다”며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이 ‘영국을 돌려달라’는 구호를 외치는데, 이게 바로 영국이다. 도대체 영국이 어디에 갔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치러진 23일(현지시각) 투표를 마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부부가 런던의 한 투표소를 나서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영국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치러진 23일(현지시각) 탈퇴를 주장해온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런던 비긴힐의 투표소에 도착해 활짝 웃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반면, 노인 유권자들 중에는 브렉시트 찬성론을 펴는 이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유나이티드 리폼드 처치 투표소를 찾은 한 여성 노인은 ‘인’(In·잔류) 스티커를 나눠주려는 자원봉사자에게 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나는 37년 전 페르시아(이란)에서 망명을 왔지만 영국이 페르시아처럼 안 되길 바란다. 수백만명 이민자 중에 도움되는 사람만 있겠느냐. 구걸하는 사람도 있고 성폭행범도 있다. 나는 (유럽연합 잔류에) 절대 반대”라고 말했다.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연합에 거부감이 있다는 한 노인은 “캐머런은 유럽연합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못낸다. 유럽연합은 이미 망가졌다. 이탈리아에 자주 가는데 아주 엉망”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를 놓고 영국이 두 쪽으로 극명하게 갈라졌지만, 양쪽 진영 모두 속내는 복잡하다. 유나이티드 리폼드 처치 투표소 앞에서 만난 유명 디자이너 룰루 기니스의 말은 그런 영국인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기니스는 “마음으로는 브렉시트에 찬성하지만 머리로는 반대다. 결국 머리를 따랐다”며 “마음 한켠으로는 영국이 유럽연합과 같이 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들이 캠페인 마지막날이자 투표 하루 전날인 22일까지 조사한 결과도 대혼전 양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영국 석간 <이브닝 스탠더드>가 입소스 모리에 의뢰해 21일부터 22일 밤 9시까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잔류 52%, 탈퇴 48%로 잔류가 좀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응답자의 12%가 (투표 때) 마음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답해 반전의 여지를 남겼다. 또 오피니엄의 20~22일 조사에서는 탈퇴가 45%로, 잔류보다 1%포인트 높게 나왔다. 영국 최대 베팅업체인 베트페어가 ‘잔류’ 가능성을 78%로 내다보고, 제이피(JP)모건 등 금융계에서도 잔류 쪽에 좀더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이처럼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어느 쪽도 장담하기 어렵다.
런던/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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