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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잔류든 탈퇴든 유럽은 통합이 아니라 분열로…

등록 2016-06-23 20:41수정 2016-06-23 23:11

‘브렉시트’ 현장을 가다
“독일 주도 EU에 강한 거부감”
“투표가 국민 분열시켜 슬퍼”
투표소 나온 시민들 표심 양분
프랑스·네덜란드도 탈퇴 목소리
노동당 출신의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각) 버밍엄대학에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유럽연합 잔류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의 오른쪽에는 팀 패런 자유민주당 대표가 서 있다. 버밍엄/EPA 연합뉴스
노동당 출신의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각) 버밍엄대학에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유럽연합 잔류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의 오른쪽에는 팀 패런 자유민주당 대표가 서 있다. 버밍엄/EPA 연합뉴스
유럽은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과 후로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유럽은 공통점을 찾으려는 유럽에서 차이점을 부각하는 유럽으로 바뀔 것이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23일(현지시각) 아침 7시께 런던의 투표소가 문을 열자 출근길 직장인들이 하나둘 모습을 나타냈다. 투표소에서 만난 이들 중에는 영국이 유럽연합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았으나, 반대하는 쪽은 유럽통합의 대의에 회의를 표명했다. 유나이티드 리폼드 처치 투표소에서 만난 한 노인은 “독일 주도 유럽연합에 강한 거부감이 있다”며 브렉시트 찬성에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들이 젊은이들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전후 영국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결국 나아졌다”고 대꾸했다.

영국 런던 정경대 범죄학 교수인 로저 그래프(80)는 패딩턴역 인근 투표소에서 ‘인’(in)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그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이지만 그가 자신이 총리가 되고자 하는 정치적 야망 때문에 브렉시트를 찬성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투표 자체가 사회적 양극화를 배경으로 하고 사람들을 분열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현재 보수와 진보, 보수당과 노동당, 여와 야의 구분이 없어졌다. 기존 정치노선과 당적은 무너지고, 유럽연합 탈퇴냐 잔류냐로 재편됐다.

투표를 하루 앞둔 22일 버밍엄대학 교정에서는 지금까지 영국에서 볼 수 없었던 정치 이벤트가 열렸다.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나란히 이 대학 본부건물 앞에서 마치 같은 당원인 것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이 집회에는 존 메이저 전 총리, 팀 패런 자유민주당 대표, 캐럴라인 루커스 녹색당 의원도 동참해 마치 거국내각이 꾸려진 듯한 느낌을 줬다.

이날 새벽 4시부터 캐머런 총리의 가장 가까운 정치적 동지였던 존슨 전 런던시장이 런던의 수산시장 빌링스게이트에서부터 시작해 북부 스코틀랜드까지 자동차와 비행기를 이용해 영국 전역을 훑고 다니며 브렉시트 찬성운동을 벌였다.

영국의 이런 풍경은 유럽연합이 유럽 통합이 아니라 유럽 분열의 구심이 됐음을 보여준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대륙에서도 이런 모습은 곧 가시화할 전망이다.

영국이 잔류를 결정해도 이번 투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드러난 유럽연합의 원심력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2차 대전 이후 줄곧 통합으로 달려온 유럽연합은 금융위기 이후 3가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며 구심력을 잃고 있는 상태다. 그리스 부채위기로 드러난 북유럽과 남유럽의 충돌, 유럽연합 내 이민 문제로 심화되는 서유럽과 동유럽의 갈등, 중동의 난민 사태로 인한 유럽의 안보위기 및 회원국 갈등이 유럽연합을 흔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영국은 이번 국민투표에 앞서 유럽연합과 협상을 통해서 이민자 복지 문제 등에서 독자적인 권한을 따냈다. 유럽연합 기준에 못 미치는 이민자 복지 혜택을 채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이민 규제를 다짐하는 다른 회원국들의 정치세력에 선례가 됐다. 이민 규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민 문제에서 유럽연합의 양보를 따낸 영국의 조처를 환영하며 오는 9월 유럽연합의 이민정책을 국민투표에 회부한 상태다.

이달 실시된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를 보면, 유럽연합에 대한 비호감 여론은 네덜란드에서 46%, 독일과 영국에서 48%, 스페인에서 49%, 프랑스에서 무려 61%에 이른다. 유럽연합 회원국 전체에 퍼진 이런 여론은 언제라도 영국을 따라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브렉시트의 대표적 찬성론자인 마이클 고브 영국 법무장관은 영국이 “유럽 전 대륙의 민주적 해방”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의 주축인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내년 봄에 선거를 치른다. 최근 들어 약진한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전선과 네덜란드의 자유당은 유럽연합 탈퇴 여부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거론하고 있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는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가 유럽연합을 끝장낼 “애국의 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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