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이틀 앞둔 21일 방송이 생중계한 대토론회에서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보수당, 맨 왼쪽) 등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주창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이틀 앞둔 21일 저녁(현지시각), 런던의 실내체육관 ‘웸블리 어레나’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로 달아올랐다. <비비시>(BBC)가 생방송으로 긴급편성한 ‘브렉시트 공개 대토론’에서 찬반 양쪽 진영은 치열하게 격돌했다.
잔류론 쪽에선 사디크 칸 런던 시장, 기젤라 스튜어트 노동당 의원이 선두에 나섰다. 집권 보수당의 스코틀랜드 지역당 대표인 루스 데이비드슨 의원도 ‘잔류파’에 가세했다. 탈퇴론 쪽에선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과 안드레아 리점 에너지장관 등이 핵심 논객으로 나섰다.
루스 데이비드슨은 “유럽연합이 영국의 중소기업들에 공정경쟁의 장을 제공한다”며 “영국이 탈퇴하면 유럽연합은 (영국의 수출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존슨은 “관세 부과론은 특이하다, 독일이 그런다면 제정신이 아닐 것”이라고 반박했다. 탈퇴론자인 리점 장관도 “선출직이 아닌데다 관료주의적인 유럽연합 집행부가 영국 노동자들의 권리에 왈가왈부하는 건 필요없다”고 거들었다.
이민 문제도 첨예한 논란거리였다. 파키스탄 이민자 2세 출신인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탈퇴론자들이 (터키가 유럽연합에 가입할 것이라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겁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리섬 의원은 영국중앙은행을 인용해 “통제되지 않는 이민자 수용이 임금 하락을 압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민자 논란은 주권 문제로 이어졌다. 존슨은 “유럽연합 법규 탓에 중범죄 이민자들도 추방할 수 없다”며 “유럽연합 안에서 안보가 나아졌다는 잔류론자들의 뻔뻔한 주장이 놀랍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비비시> 방송의 로라 쿤스버그 정치 에디터는 탈퇴론 진영이 “감정적 열광”에 넘쳤던 반면, 잔류론 쪽은 “국민들이 캠페인 과정에서 놓쳤다고 느끼는 열정”을 보여줬다고 촌평했다.
브렉시트 논쟁이 과열되면서 극단적인 혼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텔레그래프>는 21일 “영국인들이 브렉시트에 따른 금융대란을 우려해 금괴를 사서 집안 금고에 쌓아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구글에서 ‘가정용 금고’ 검색 빈도가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의 61%수준으로 급증했다. 영국 조폐국은 금화나 골드바 판매가 지난달에만 32% 늘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잔류’ 캠페인을 벌여온 이벳 쿠퍼 하원의원(노동당)은 이날 한 트위터 사용자로부터 “자녀와 손주들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고 <가디언> 등이 전했다. 지난 16일 조 콕스 하원의원(노동당)이 브렉시트 지지론자에게 피살된 지 닷새만이다. 쿠퍼 의원은 “이건 우리 모두의 문제다. 증오를 멈춰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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