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각) 괴한에 의해 숨진 영국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 런던/EPA 연합뉴스
16일 낮(현지시각)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지지해오던 노동당 소속 조 콕스(41) 하원의원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는 시민에게 총과 흉기로 끔찍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 영국 사회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오는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격렬한 찬반 캠페인을 벌이던 정치권과 시민사회 진영도 19일까지 투표 캠페인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비비시>(BBC) 등 영국 언론이 전했다.
콕스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중앙정치에 입문한 인권운동가 출신의 초선 의원으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웨스트요크셔 주 버스톨의 마을 도서관에서 주민들과의 정례 만남을 마치고 나오던 길에 참변을 당했다. 사건 현장 목격자들은 범인 토머스 메어(52)가 범행 당시 “영국이 우선이다”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이 ‘브렉시트 투표’와 관련 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이날 런던에 있는 의사당에는 조기가 내걸렸고, 콕스 의원에 대한 추모 분위기와 ‘증오 범죄’에 대한 비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국 정치권과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브렉시트 표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섣부른 전망이나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향 추세를 보이던 ‘브렉시트 지지’ 여론이 한풀 꺾이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우리는 위대한 스타를 잃었다. 그는 열정과 넓은 마음을 지닌 의원이었다”며 “브렉시트 캠페인을 중단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모든 노동당 사람들과 온 나라가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며 “조 콕스 의원은 민주주의의 중심에서 유권자들의 의견을 듣고 대변하다가 숨졌다”고 추모했다.
콕스 의원의 남편 브렌던은 “지금 아내는 무엇보다도 두 가지를 바랄 것이다. 하나는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사랑 속에서 자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증오와 싸우는 것”이라며 슬픔을 삭였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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