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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브렉시트 반대’ 영국 하원의원, 총격 테러로 사망

등록 2016-06-17 10:33수정 2016-06-20 14:06

목격자 “용의자가 ‘영국이 우선이다”라는 구호 외쳐”
수사 당국, 브렉시트 찬성론자의 혐오 범죄인지 수사
국민투표 찬반 캠페인, 오는 주말까지 잠정 중단돼
16일 저녁 영국 런던에 자리한 의회 광장에 마련된 조 콕스(41) 의원의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두고 간 꽃들이 놓여 있다. 조 콕스 의원은 이날 오후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런던/EPA 연합뉴스
16일 저녁 영국 런던에 자리한 의회 광장에 마련된 조 콕스(41) 의원의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두고 간 꽃들이 놓여 있다. 조 콕스 의원은 이날 오후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런던/EPA 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해오던 여성 하원의원이 대낮에 괴한의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목격자들은 용의자가 범행 당시 유럽연합 탈퇴를 암시하는 ‘영국이 우선이다’(Britain First)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반대 여론을 이끌어오던 조 콕스(41) 노동당 여성 하원의원이 16일(현지시각) 런던에서 북쪽으로 320㎞ 떨어진 요크셔 버스톨의 공공도서관 인근에서 한 남성이 쏜 총을 맞고 흉기에 찔려 숨졌다고 영국 방송 <비비시>(BBC)등이 전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현지 경찰은 토미 메이어(52)라는 이름의 용의자가 16일 오후 1시께 구형인 총과 칼을 갖고 콕스 의원을 공격했으며, 사건 직후 체포됐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용의자가 범행 직전 ‘영국이 우선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의원을 목표로 한 증오 범죄인지를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극우와 관련된 선전물이나 인터넷 접속 기록을 살펴보기 위해 메이어의 집을 압수수색했으며, 정신 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건강 보험 기록을 분석하고 있다.

16일 조 콕스 영국 노동당 하원 의원이 괴한의 총격을 받은 장소인 버스톨 공공도서관 앞 도로에서 수사관이 조사를 하고 있다 버스톨/AFP 연합뉴스
16일 조 콕스 영국 노동당 하원 의원이 괴한의 총격을 받은 장소인 버스톨 공공도서관 앞 도로에서 수사관이 조사를 하고 있다 버스톨/AFP 연합뉴스

현장을 목격한 목격자들도 사건 당시의 충격적인 모습을 전했다. 주변 카페 주인 클라크 로드웰은 “흰색 야구 모자를 쓴 50대 남성이 손에 구식으로 보이는 총을 쥐고 있었다”면서 “그가 콕스 의원에게 두 차례 총격을 가한 뒤 다시 얼굴 부위에 총을 쐈다”고 했다. 목격자인 벤 압달라는 “용의자가 콕스의원을 발로 찼고, 바로 까만 가방에서 권총을 꺼내 쏘았고, 그 후 콕스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끌고다녔다”고 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거주하는 그래임 호워드(38)는 “용의자가 ‘영국이 우선이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총격을 가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바로 주변에 있던 경찰이 나타났다”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목격자들의 진술처럼 수사 결과 브렉시트 찬성론자의 혐오 범죄로 결론이 난다면, 당장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 국민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노동당 하원 의원으로 당선된 콕스 의원은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 캠페인을 이끌어온 친유럽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브렉시트 찬성 여론을 이끌어왔던 극우 정당 ‘브리튼 퍼스트’는 “이러한 행위는 우리 당이 절대로 묵과하지 않는 행동”이며 “당과는 관련이 없는 사건”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조 콕스 의원이 생전에 영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 출처 - 유튜브

영국 정계도 충격에 휩싸였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운동이 격화되던 찬반 캠페인 진영은 19일까지 선거 운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브렉시트 반대를 호소하기 위해 지브롤터를 방문할 예정이었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일정을 취소한뒤 “우리는 콕스 의원 가족과 선거구민들이 매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브렉시트 캠페인을 중단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조는 그녀의 공적 의무를 수행하다 사망했다”면서 “그녀가 어떻게, 왜 죽었는지 앞으로 밝히겠다”고 했다.

콕스 의원의 예상치 못한 죽음에 영국 시민들도 조의를 표하고 있다. 이날 밤 요크셔 버스틀의 세인트 피터 교회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4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콕스 의원를 추모했으며, 이 자리에 참석한 조나단 깁스 주교는 “그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했던 여성”이라며 콕스의원을 기억했다. 조 콕스의 남편인 브렌든 콕스는 성명을 내 “증오는 신념이나 성취, 종교가 아니다”며 “그녀를 숨지게 한 증오에 맞서 싸워야한다”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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