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 잔류 여부를 묻는 오는 23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점점 탈퇴 여론이 우세해지는 가운데 영국 최대 대중지 <선>이 유럽연합 탈퇴를 촉구하는 운동에 나섰다. <선>은 13일 1면에 게재한 사설에서 “이번이 비민주적인 브뤼셀의 기제로부터 우리 자신을 떼어놓을 마지막 기회”라며 독자들에게 ‘탈퇴’에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영국의 탈퇴’라는 제목의 머리기사가 배치됐다. <선> 홈페이지 갈무리
영국 여론이 유럽연합(EU) 탈퇴 기류가 점점 높아지면서 유럽연합 잔류 쪽인 집권 보수당 주류와 야당 노동당 쪽에 비상이 걸렸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에 대한 여론조사를 종합해온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여론은 6월 들어 유럽연합 탈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신문이 추적한 여론조사 결과 종합은 지난해 9월 이후 줄곧 ‘잔류’ 여론이 우세했으나, 6월 들어 ‘탈퇴’ 우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6월13일 현재 여론조사 종합은 잔류 45% 대 탈퇴 46%로 역전된 것으로 기록됐다.
브렉시트 여론 추이를 조사해온 영국 내 4개 여론조사 회사들의 결과도 대부분 6월 들어 탈퇴 쪽으로 기울었다. 가장 최근 조사인 지난 13일 유고브의 39% 대 46%을 비롯해 아이시엠(ICM)의 44% 대 49%, 오아르비(ORB)의 48% 대 49%(12일)를 보였다. 오피니엄의 조사만 44% 대 42%(10일)로 유일하게 ‘잔류’가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6월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업체들의 12번 조사 중 8번에서 ‘탈퇴’가 우세했다.
이처럼 투표일(6월23일)을 앞두고 탈퇴 여론이 점점 우세를 보인 것은 이민자 수가 급증했다는 영국 통계청의 최근 발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순이민자 수가 통계 작성 이래 두번째로 많은 33만3천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가디언>은 이 발표로 이민 문제가 쟁점이 되면서 탈퇴 여론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탈퇴 진영에 가담한 영국 최대 부수 신문인 대중지 <선>도 독자들에게 탈퇴를 촉구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170만부를 발행하는 <선>은 “우리는 독재적인 브뤼셀(유럽연합 본부)로부터 우리 자신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선>은 1면에 게재한 사설에서 “우리는 유럽연합 밖에서 더 부유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며 “유럽연합에 잔류하면 영국은 몇 년 안에 독일이 지배하는 가차없는 확장 정책에 휩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연합 탈퇴 여론이 점점 우세해지자, 그동안 소극적 자세를 보였던 야당인 노동당이 적극적인 잔류 운동에 나섰다. 노동당의 기반인 노조 쪽도 가세했다. 노동당은 14일 런던 중심가에서 제러미 코빈 대표가 주최하는 집회를 열고, 유럽연합 잔류에 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코빈 대표는 일자리와 노동 권리를 지키려면 영국이 유럽연합에 잔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집회에는 11개 노조 지도자들도 동참했다. 노동당 출신의 고든 브라운 전 총리도 잔류 운동에 발벗고 나서는 등 전직 총리들도 일제히 국민들에게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호소하고 있다. 노동당과 노조가 잔류 운동에 적극 나선 것은 특히 노동자 계층 사이에서 탈퇴 여론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탈퇴 진영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이민자를 막고 유럽연합의 규제를 풀어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고 노동자 계층들을 설득했다. 지난 총선에서 노동당을 지지한 유권자의 약 4분의 1이 영국의 탈퇴를 찬성하는 것으로 최근 여론조사는 나타났다.
탈퇴 여론이 점점 우세해지면서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는 13일 달러당 0.7% 가치가 떨어진 파운드 당 1.4161달러로 두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1.2%나 폭락해 3년만의 최저치였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