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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젊은층 분노 폭발…사흘째 무법천지

등록 2011-08-09 21:00수정 2011-08-10 09:26

영국 주요 소요사태 발생 지역
영국 주요 소요사태 발생 지역
불길 번지는 영국 폭동
트위터·페이스북·메신저망 타고 확산
정권 비판 직면…총리 뒤늦게 급귀환
‘분노 원인’ 정확히 몰라 사태 더 심각
영국의 수도 런던이 타오르고 있다.

불길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랙베리 메신저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망을 타고 제2의 도시 리버풀과 버밍엄·맨체스터 등 사방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버밍엄에 붙은 웨스트브러미지에도 9일 폭동의 불길이 번졌다. 그 전날부터는 대낮에도 방화와 약탈 행위가 일어나는 등 무법천지의 상황으로 발전했다. 1985년 ‘브로드워터 팜 폭동’ 이후 최악의 영국 도심 폭동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확한 분노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더 드러낸다. 그만큼 ‘알 수 없는’ 잠재된 분노가 깔려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4일 29살 청년 마크 더건이 경찰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것은 시발점일 뿐, 폭동은 더건 사망에 대한 공분 수준을 넘어섰다. 같은 토트넘 지역에서 벌어진 ‘브로드워터 팜 폭동’과 달리 인종 갈등적 요소도 정확히 드러나진 않는다고 <시엔엔>(CNN) 방송은 9일 전했다.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거리로 나선 이들은 대부분 청년층이다. 체포된 이들 중에 11살 소년도 있다. 이들은 당국의 추적이 쉽지 않은 블랙베리 메신저 등을 이용해 경찰 저지망을 뚫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외신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과도한 긴축정책과 실업률 상승 등으로 살기 어려워진 젊은이들의 불만이 과격한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들어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 등을 통해 젊은이들이 경찰과 충돌하는 사건도 종종 벌어지곤 했다. 폭동 발생 이후 밖으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 17살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한 아프리카계 여성은 9일 <비비시>(BBC) 방송에 “각종 사회적 서비스가 끊기면서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거리로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런던 동부 해크니의 주민 앤서니 번스도 <에이피>(AP) 통신에 “이 아이들에겐 일자리도, 미래도 없다”며 “(정부 지출) 삭감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얘기했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과도한 긴축을 밀어붙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보수당 정부와 경찰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캐머런 총리가 전세계가 부채 위기를 겪고 있는데다 런던에서 폭동이 일어났는데도 휴가를 보내다 뒤늦게야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도청 사건 부실 수사로 뭇매를 맞은 경찰은 폭동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한편 8일 밤 한국 여행객 2명이 런던 하이드파크 근처의 퀸스웨이 지하철역에서 복면을 한 청년들한테서 강도를 당했다. 이들은 예약한 민박집으로 향하던 중 괴한들한테서 휴대전화와 태블릿 피시 등 200만원어치의 금품을 빼앗겼다고 한국대사관이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소요사태로 축구경기도 중단

프리미어리그 연기 가능성

영국 런던이 소요사태에 휩싸이면서 스포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9일 누리집을 통해 10일 웸블리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잉글랜드와 네덜란드의 국가대표팀간 친선경기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축구협회 역시 “런던 경찰이 우리 선수들과 팬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잉글랜드 원정 평가전이 백지화됐음을 발표했다.

경찰은 지난 6일 런던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폭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수만 군중이 운집하는 축구 경기가 “폭동의 잠재적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A매치 강행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9일 열리기로 예정됐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올더샷 타운의 칼링컵 1라운드가 연기됐고, 런던 남동부의 밸리 스타디움에서 예정된 찰턴 애슬레틱과 레딩FC와의 칼링컵 경기도 경찰의 요청으로 미뤄졌다. 폭동이 진압되지 않을 경우 13일 개막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11~2012 시즌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비비시>(BBC) 방송은 구단들과 경찰이 프리미어리그 개최 여부를 논의하고 있으나 사태 추이를 좀더 지켜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다소 성급한 감이 있지만, 354일 앞으로 다가온 런던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느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 8일 폭동이 일어난 런던 동부 해크니에 올림픽 주경기장을 비롯해 주요 경기장이 몰려 있는 올림픽공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올림픽 ‘D-365일’ 기념행사를 개최하며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런던시 당국과 올림픽 조직위원회도 당황하고 있다. 영국은 7억7000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올림픽 기간에 매일 1만2000명의 경찰력을 배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폭동과 약탈로 통제 불능에 빠진 런던의 모습이 전세계로 방송되면서 1908년, 1948년에 이어 세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런던이 치안 능력 부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는 평가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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