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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총리직 내놔야 좋을 겁니다”

등록 2006-03-22 20:00수정 2006-03-22 22:52

“블레어, 거액 빌린 대가로 의원직 팔았다” 의혹
가디언 “고든 재무장관에게 자리 넘겨라” 촉구
영국경찰도 총리 압박 “수사 요청 받았다” 성명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2일 테러와의 전쟁은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문명에 대한 전쟁”이라고 말했다. 지역과 종파를 막론하고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는 모든 이들이 나서야 할 싸움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이들은 ‘관대한 무위’에 빠져 있다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정작 그는 지금 영국 유권자들과 언론의 ‘관대함’을 구걸해야 할 처지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해 5월 치러진 총선에서 부자들로부터 1400만파운드(230억원)라는 거액을 빌리고, 그 대가로 종신 명예직인 상원의원직을 팔았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총리직에서 빨리 물러나라는 소리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 그에 대한 지지율은 1997년 취임 이후 가장 낮은, 36%로 떨어졌다. 비판자들은 블레어 총리가 취임할 때 ‘청렴결백’을 강조했던 점을 지적하며, 그의 부도덕성을 물고늘어지고 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집권 노동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기업인 등 개인 후원자들로부터 1400만 파운드를 대출받아 사용했다고 뒤늦게 고백했다. 후원자들 가운데 100만 파운드 이상을 낸 병원장 차이 파텔과 금융브로커 배리 타운슬레이, 부동산 개발업자 데이비드 개러드 등 3명은 나중에 총리 추천으로 상원의원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블레어 총리는 “재정적 지원에 상관없이 상원의원직에 지명된 사람들은 그만한 자격이 있다”며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당 회계담당관,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 존 프레스콧 부총리 등 당 간부들조차 거액 대출금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밀실거래’라는 의혹까지 덧붙여졌다. 블레어 총리는 “정치자금법상 기부금이 아닌 대출금은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며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블레어 총리가 조기에 사퇴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블레어 총리를 공개지지했던 <가디언>은 20일 사설을 통해 “블레어 총리에겐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더 늦기 전에 총리 직을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와 <인디펜던트>도 블레어 총리의 조기 사퇴만이 이번 사태를 푸는 방책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경찰도 블레어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경찰은 21일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스코틀랜드민족당(SNP) 소속 앤거스 맥닐 의원 등 3명으로부터 조사 의뢰를 요청받았다고 밝혔다. 맥닐 의원은 기업인들이 돈을 빌려주고 상원의원직에 임명됐다며, 이는 1925년 개정된 ‘명예직 수여법’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에 따르면,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명예직을 주고받았을 경우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노동당 중진들로 구성된 전국집행위원회(NEC)는 22일 긴급 회의를 열어 지난해 총선에서 정치자금 처리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전국집행위원회는 이날 낸 성명을 통해 “과거에 문제가 있었다”며 “앞으로 당의 재정 및 정치자금 기부와 관련한 감독권을 철처히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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