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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86살 여기자와 부시의 이라크전 설전

등록 2006-03-22 17:59수정 2006-03-22 20:09

“대통령, 이라크를 침공한 진짜 이유가 뭔가”
“대통령, 당신의 침공 결정으로 수천명의 미군과 이라크인들이 죽었다. (당신이 제시한) 모든 침공이유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라크를 침공한 진짜 이유가 뭔가.”(헬렌 토머스)

“어떤 대통령도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당신이 들은 모든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 이라크는 적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했다. 그게 이유다.”(조지 부시)

“이라크는 어떤 짓도 하지 않았다.”(헬렌)

“내 말을 끊지 마라. 그들은 했다. 탈레반은 알카에다에 피난처를 제공했다.”(부시)

“그건 (아프가니스탄이지) 이라크가 아니다.”(헬렌)

“헬렌, 내 말을 끊지 마라. 나는 이라크에서도 (아프가니스탄과) 똑같은 위협을 봤다.”(부시)

21일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벌어진 조지 부시 대통령과 최고참 기자 헬렌 토머스(86)의 설전이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대표격인 헬렌은 기자회견 때마다 맨 앞줄에 앉아 손을 들지만, 부시 대통령은 3년이 넘게 그를 지목한 적이 없다. 그의 강한 비판 성향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번에 부시가 헬렌을 질문자로 지목하자 모든 출입기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헬렌은 질문을 시작하기 전에 “대통령, 당신은 (나를 지목한 걸) 후회하게 될 겁니다”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그의 말대로, 웃으면서 시작한 부시의 얼굴은 점차 굳어져 나중에 화난 표정까지 보였다.


두사람의 설전은 부시가 다른 기자를 다음 질문자로 지목하면서 끝이 났다. 부시는 애써 웃으면서 “나는 정말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도 약간은 후회한다”고 말해 또다시 폭소가 일었다.

헬렌은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 시절부터 백악관을 출입했다. 부시는 그의 질문을 받은 9번째 대통령이다. <유피아이(UPI)>에서 57년간 일했고 지금은 허스트신문그룹 칼럼리스트로 있다.

그는 최고참 기자로서 과거엔 대통령 기자회견 때마다 첫 질문을 던지고, 회견이 끝나면 “대통령,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을 했다. 이런 관행은 조지 부시 대통령 들어서 깨졌다. 그는 기자회견장의 맨 앞줄에 앉다가 부시 행정부 들어선 종종 뒤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너무 심술궂은 질문을 해서 그들(부시 행정부)이 나를 싫어하기 때문”이란 게 헬렌의 자리바꿈 이유였다.

이번에 오랜만에 부시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은 뒤, 헬렌은 침공의 진짜 이유에 대한 자기 생각을 <시앤앤(CNN)>에 밝혔다. “부시는 집권 직후부터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조언을 받아 이라크를 목표로 삼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헬렌은 2003년 1월 사석에서 “부시는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말한 게 공개돼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다. ‘부시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퇴진한) 리처드 닉슨보다도 최악인가’라고 <시앤앤> 앵커 울프 블리처가 묻자, 헬렌은 “닉슨은 정부권한을 남용했다. 부시는 전쟁을 중동으로 확산시켰고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대답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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