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국 반도체 대기업인 인텔이 독일에 들어설 반도체 공장에 300억유로(약 42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는 100억유로에 육박하는 보조금을 인텔에 지원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는 19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협약에 서명했다. 독일 정부는 작센안할트 주의 마그데부르크의 인텔 공장 건설을 위해 보조금 약 99억유로(약 13조8천억원)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알려졌다. 최종 투자 규모는 지난해 3월 인텔이 마그데부르크에 반도체 공장 두 곳을 짓겠다며 밝힌 금액(170억유로·약 23조9천억원)보다 약 두 배 늘어났고, 이에 따라 독일 정부의 보조금도 기존 68억유로(9조5천억원)에서 대폭 늘어났다.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협약식에서 “세계 선두주자들을 따라잡고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독일이 아시아에 대한 의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기후행동부 장관도 성명을 내어 이번 투자가 “유럽에서 인텔의 생산 능력을 크게 확장하는 것을 의미하며, 독일 외국 기업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협약이 체결된 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는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반도체 공장 건설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이 프로젝트를 “실리콘 교차로”라고 부르며, 독일과 다른 지역에 걸친 다른 혁신 및 제조 센터의 연결 지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겔싱어 최고경영자는 “마데부르크에 ‘실리콘 교차로’를 짓는 것은 인텔의 성장 전략에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이번 공장 건설 단계에서 일자리 약 7천개가 생겨나고 향후 인텔에서의 첨단 기술 일자리 역시 약 3천개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은 폴란드, 아일랜드 등 유럽에 향후 10년 동안 최대 800억유로(11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독일 정부가 인텔에 지원하려는 보조금은 유럽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독일 정부는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4월 430억유로(약 62조원) 규모 자금을 동원해 역내 반도체 산업 육성, 생산 확대를 위한 ‘반도체법(Chips Act)’ 시행에 최종 합의한 바 있다. 유럽의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인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코로나19 대유행 뒤 유럽이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특히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공급망 충격 등을 겪으면서 유럽연합은 역내 반도체 생산을 최우선 순위 과제로 삼아왔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