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각) 영국 윈저 길드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윈저/로이터 연합뉴스
브렉시트 이후에도 유럽연합에 남은 북아일랜드와의 통관절차를 완화하는 새로운 합의에 영국과 유럽연합이 도달했다. 양쪽은 이번 합의가 ‘결정적인 돌파구’라고 자평했지만, 영국 내 반발이 사그러들지는 아직 미지수다.
27일(현지시각) <비비시>(BBC) 등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북아일랜드 관련 브렉시트 협약을 수정하는 ‘윈저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유럽연합 경제권에 남아 있는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의 무역을 원활하게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영국계 주민과 아일랜드 주민이 공존하는 북아일랜드를 두고서는 2021년 브렉시트 당시 별도의 ‘북아일랜드 협약’이 마련됐다. 영국 본토는 유럽연합 단일시장을 떠나지만 아일랜드와 연결된 북아일랜드는 남게 되면서, 영국 본섬과 북아일랜드 사이에 통관절차가 생긴 것이다. 이를 두고 영국 내 연방주의자들 사이에서는 불필요한 국경이 생겨 영국의 단일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들 역시 추가 비용이 든다며 불만을 나타내왔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에 참여하는 영국과 통합을 중시하는 민주연합당(DUP)은 기존 협약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면서 정치적 문제로도 번졌다.
이번에 영국과 유럽연합이 합의한 ‘윈저 프레임워크’는 기존 협약을 수정해 영국에서 북아일랜드로 가는 화물의 통관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영국 본섬에서 오는 물자를 북아일랜드에 남을 것(녹색 선)과 유럽연합으로 갈 수 있는 물자(빨간 선)로 분류해 녹색 선의 검역과 통관을 면제하는 것이다. 본섬과 북아일랜드 사이의 무역 걸림돌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북아일랜드가 유럽연합이 아닌 영국의 부가가치세(VAT) 규정을 적용받는다.
27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다우닝가 외곽에서 브렉시트 반대론자가 시위를 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유럽연합 법이 북아일랜드에 적용될 때 북아일랜드 의회가 제동을 걸 수 있는 ‘스토몬트(Stormont) 브레이크’도 새로운 협약에 포함됐다. 스토몬트는 북아일랜드 의회를 뜻한다. 만약 스토몬트 브레이크가 일부 의원에 의해 제기되고 북아일랜드 의회의 지지를 얻으면, 유럽연합 법은 시행되지 못한다. 다만 이 비상조치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있다.
수낵 총리는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기쁘다”며 이번 합의가 “새로운 관계의 장의 시작”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오늘의 합의는 법과 조약의 언어로 쓰였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이라며 “그것은 북아일랜드의 안정에 관한 것이다. 실제 사람들과 사업에 관한 것이다. 수 세기 동안 이어진 우리 연합이 지속될 수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합의의 성공은 “수낵 총리가 민주연합당을 설득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민주연합당은 이번 윈저 프레임워크가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주요 우려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민주연합당은 기존 북아일랜드 협약에 대한 불만으로 정부 구성을 거부해 왔다. 만약 이번 합의로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이제 막 취임 4개월을 넘긴 수낵 총리로서는 정치적 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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