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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우크라 전쟁 결과가 ‘또 다른 유럽 전쟁’ 터질지 결정할 것”

등록 2023-02-21 11:00수정 2023-02-21 19:20

우크라이나 전쟁 1년 유럽을 뒤바꾸다
인터뷰ㅣ바이도타스 우르벨리스 리투아니아 국방정책국장
9일(현지시각) 바이도타스 우르벨리스(Vaidotas Urbelis) 리투아니아 국방부 국방정책국장이 <한겨레>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바이도타스 우르벨리스(Vaidotas Urbelis) 리투아니아 국방부 국방정책국장이 <한겨레>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1년을 바라보는 가운데,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히는 나라가 있다. 리투아니아다. 미하일 카샤노프 러시아 전 총리는 지난해 6월 “만약 우크라이나가 실패하면, 다음은 발트 국가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망명한 러시아 경제인 미하일 코도르코프스키도 크렘린의 다음 행보가 “리투아니아의 영공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쪽으로는 벨라루스(679㎞), 서쪽으로는 러시아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297㎞)와 영토를 접한 리투아니아는 이번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겨레>가 9일(현지시각) 바이도타스 우르벨리스(Vaidotas Urbelis) 리투아니아 국방부 국방정책국장에게 직접 물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침공 뒤 리투아니아의 안보에 어떤 변화가 있나.

“러시아의 위협은 항상 우리 안보의 주요한 도전과제였다. 이 점은 변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대한 이번 침공으로 세 가지가 가속화되고 있다. 첫째, 우리 안보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쪽 측면을 강화하기 위해 억제 태세를 강화하는 것. 둘째,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때까지 지원하는 것. 마지막으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행위를 (보다 더 주의깊게) 감시하는 것이다.

―리투아니아의 안보에 러시아는 어떤 의미였고 현재 어떻게 바뀌었나.

“러시아의 안보 정책은 이웃 나라가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러시아는 ‘신제국주의’ 국가다. 러시아와 역사적으로 관련이 있거나, 인접한 나라의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군사력·경제력·에너지·정보 등 어떤 수단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윤리적·도덕적 제한이 없다. 우리는 (러시아라는) 도전 과제를 이해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

―지난해 6월 러시아 의회가 리투아니아 독립에 대한 인정을 폐지하는 법안을 상정하고, 국영 에너지 기업이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당한 걸로 안다. 리투아니아 정부가 리투아니아에서 칼리닌그라드로 수송을 금지하자 또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의 소행이 맞나. 리투아니아의 대응은 무엇이었나.

“일단 해당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아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건 하나의 ‘신호’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대로 국경을 정의한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의 일부다. 그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결정을 내린다’는 메시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헛소리에 신경쓰지 않고, 굴하지 않는 것이다.

사이버 공격과 관련해 러시아는 우리를 빈번하게 공격한다. 독립된 사이버 공격 행위자가 있는 게 아니다. 러시아에서는 모든 게 정부, 정보 기관을 통해 조율된다. 사실상 매일 교통·에너지·통신·은행·국방·외교 등 모든 분야가 공격 대상이 된다. 우리는 사이버 분야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어 능력을 갖추고, 공격을 감시하고, 다른 나라로부터 (대응법 등을) 배운다. 러시아 해커들이 몇몇 시스템에 침범해 들어왔지만 피해는 크지 않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큰 공격에 대비해야만 한다.”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발트해 국가들이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부터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오랫동안 경고해온 것으로 안다. 위협은 현실이 됐다. 서방 동맹들, 나토가 발트 국가의 경고를 귀 기울여 듣지 않은 것인가.

“우리는 수년 동안 공개적으로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각 나라는 러시아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다르고, (일부는) ‘러시아와 협력하면 그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미래에 우리가 러시아와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협력해야 할 지 모른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과 대화하고, 정보를 공유할 때 언젠가 그게 나를 향한 공격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항상 진지하게 위협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안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일단,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도덕적인 의무이기도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다시 국경을 되찾도록, 서방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매우 실용적인 관심사다. 둘째, 우리 스스로 방어력을 갖춰야 한다. 작은 나라에서는 모든 사람이 군사적이든 비군사적이든 싸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셋째, 군에 더 많은 사람을 모으고 군을 현대화하며, 견고한 정보력과 (위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리투아니아는 유럽연합(EU)과 나토의 일원이다. 안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유럽연합과 나토는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더 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나토는 군사 동맹으로서 러시아의 추가 도발과 침략에 대비해 방어 시스템을 어떻게 강화할 지 논의하고 있다. (위기 때에) 신속하게 방어하면서 나토 동쪽 지역으로 병력을 어떻게 이동·강화·배치하는지 등을 말이다. 유럽연합은 더 광범위하다. 유럽연합은 군사 동맹은 아니지만 방위에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다. 방위 산업에서 (자원을) 더 많이 생산하고 구입하는 부분에서 유럽연합이 역할을 한다.”

―군에 더 많은 인원을 모은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는 건가.

“이미 징병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훈련된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18살이 되는 리투아니아 젊은이 하나하나를 모두 훈련시킬 수가 없다. 현재 다양한 방법으로 훈련 규모를 키우는 방법, 예컨대 사람들이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와 수단을 제공하는 안 등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 필요하면 예비군을 소집할 수 있도록 훈련 경험이 있는 사람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게 목표다.”

―전쟁 발발 이후 국내 여론의 변화도 감지되나.

“리투아니아에서는 전쟁 전에도 모든 정당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공감할 정도로 폭넓은 합의와 이해가 있었다. 물론 일부는 무역, 우호 관계, 문화 교류가 러시아의 정책을 다르게 만들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그런 순진함은 다 사라졌다고 본다. 휴대전화를 사고 팔거나, 모스크바 발레단을 행사에 초청하는 것으로 러시아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보다 현실적인 위협 인식을 갖게 됐을 거다.”

―유럽에서 더 큰 전쟁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이미 유럽에서 큰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확전 가능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가 유럽에서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한다면 유럽에서 다른 전쟁의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 거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하지 못할 경우 러시아의 다음 목표가 발트해 국가가 될까.

“우리는 언제든 우리가 다음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준비를 해왔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매 순간 경계를 늦추지 말고 대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합류에 대한 리투아니아의 입장은?

“수년 전 (2008년 4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언젠가 나토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약속이 있었다. 나토 가입에 대한 문이 열려있는 이러한 기조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다. 언젠가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우리의 입장은 매우 강하다. 전적으로 지지하는 데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 중이고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도록 도와야 한다.”

―리투아니아가 우크라이나에 전폭적 지원을 하고 있지만 군사 원조의 수준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도 있다.

“무기 생산이 (우크라이나 지원 등을 위해) 우리가 구매하고자 하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모든 유럽 국가에게 큰 도전과제다. 더 많은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 다만 우리 몇 년 전에 계약을 했지만 받지 못했던 일부 장비를 확보하고 있고,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속도를 높일 수 있게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 원조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전투기도 지원할 것 같나.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에 제한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우리 군에는 전차나 전투기가 없지만 이러한 무기를 가진 나라가 우크라이나의 전투력 강화를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

―미국·독일 등은 전투기 제공을 주저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기 매우 복잡하다’라는 식의 설명을 하는데.

“전쟁에서 자기 나라를 위해 싸울 때는 실제로 (무기 통제법을 배우는 데에) 걸리는 시간보다 더 빨리 배운다.”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 것으로 전망하나.

“모든 전쟁은 항상 끝난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으로 끝나기를 바란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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