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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수리남에도 있었다…네덜란드, 250년 노예제 잔혹사 공식 사과

등록 2022-12-05 16:24수정 2022-12-05 20:29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오스터공원에 있는 노예제 상징물. EPA 연합뉴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오스터공원에 있는 노예제 상징물. EPA 연합뉴스

네덜란드가 250년 간 운영했던 노예제에 대해 공식 사과할 예정이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오는 19일 “과거 노예제의 의미와 역사에 대해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식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가디언>이 네덜란드 의회 보고서를 인용해 4일 보도했다. 네덜란드가 1863년 노예제를 공식 철폐할 때까지 17세기부터 250여년 동안 노예제를 운영한 것에 대해 사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는 이 기간에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60만명을 노예로 부렸으며, 이는 유럽에서 노예로 착취당한 1200만명 중 약 5%에 해당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최근 과거 노예제 운영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져 왔다. 최근 몇 년 동안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위트레흐트, 헤이그의 시장과 네덜란드 중앙은행(DNB) 경영진이 자신들이 속한 기관이 노예제를 이용해 부를 축적했던 사실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 10월 의회 조사단이 남아메리카의 수리남과 카리브해의 섬 퀴라소와 보네르를 다녀온 뒤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자, 의원 다수가 공식 사과에 찬성했다.

의회 조사단을 이끈 돈 시더 의원은 “사과는 분열이나 양극화와 싸우는 다문화 사회인 네덜란드에서 중요한 문제”라며 “믿기 어려운 이들도 있겠지만 직접 현장을 본 내 눈에는 과거 식민지에 세워졌던 노예무역과 경제가 오늘날까지 이들 나라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노예의 후예인 네덜란드의 아프리카-카리브해 출신 공동체의 70%가 사과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조사 결과를 가리키며 “정부가 계속 사과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화해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위트레흐트 시장 샤론 데이크스마는 “지금의 위트레흐트시가 노예제에 관여했거나 과거 조상들의 잘못에 책임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과거 역사적 잘못과 인도주의 범죄를 인식하고 사과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과만으로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네덜란드의 노예제 역사와 유산 국립연구소’(NiNsee)의 린다 노이트미어는 사과는 환영하지만, 사과에 더 나아가 차별과 편견의 대상인 소수 공동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불평등을 해소할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사회에서 이주민 공동체는 여전히 평균 소득과 교육수준 등에서 주류인 백인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사과가 값싼 정치적 제스처일 뿐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다. 역사학자 마르틴 반 로셈은 “우리가 잘못하지 않은 일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11세대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미안하다’고 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강제노동이나 차별과 같은 끔찍한 일에 대해 뭔가를 하기 위해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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