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남서부에 있는 로갈란주에 있는 가스 시설의 모습. AP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지나 독일까지 이어지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1,2에서 발생한 가스 누출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노르웨이 등 발트해 연안 국가들은 석유·가스 시설 인근 해상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가 노르웨이 석유 및 가스 시설에 군대를 배치해 보안을 강화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스퇴레 총리는 연안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에너지 시설에 공격이 가해질 경우 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추가 경제 제재를 가했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수출하던 천연가스 등 에너지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보복에 나섰다. 유럽연합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 삼아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동력을 떨어뜨리려 한다고 보고 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러시아에서 수입하던 천연가스를 중단, 감축한 뒤 가스전을 보유한 노르웨이에서 공급되는 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산유국인 노르웨이는 노르트스트림1,2 가스관 누출 사고가 나기 전 노르웨이 석유·가스 시설을 둘러싼 보안 구역에 정체불명의 무인기, 항공기가 목격됐다고 밝혔다. 노르웨이에는 90여개의 석유·가스 시설이 있다. 이들은 9000km에 달하는 가스관으로 연결돼 있다. 노르웨이에서 유럽으로 가는 석유·가스 시설에 문제가 발생해 가스 공급이 중단 또는 감소하면 유럽에 큰 에너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유럽의 최대 가스 공급자로서 특별한 책임이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학자 등 전문가들은 지난 26일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발트 해 보른홀름섬을 지나는 지점에서 기록된 폭발음 등을 분석해볼 때 이번 가스 누출이 고의적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에드가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외교부 장관은 28일 트위터에 “노르트스트림 1,2에 대한 사보타주는 발트해에서 발생한 가장 심각한 안보, 환경 사고로 분류돼야 한다”며 “라트비아는 덴마크와 연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조사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 하이브리드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린케비치 장관은 사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가스 누출이 고의적이라는 데에는 유럽연합(EU) 대부분 국가의 의견이 일치하지만 사고를 낸 주체를 특정하기에는 아직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가 유럽을 분열시키려는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펴는 이들도 있다. 독일 기독민주당(CDU) 소속 로데리히 키스베터 의원은 <가디언>에 러시아가 지난 10년 동안 “유럽연합을 군사적 수단이 아니라 사회, 외교적인 수단으로 분열”시키려는 게 목적을 가지고 “하이브리드 전쟁”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