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일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를 방문했을 때의 모습.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계 60여개국 관계자가 참석하는 경제회의인 ‘동방경제포럼’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다극화된 세계 질서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는다. 이 회의엔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참석해, 중-러의 연대도 과시할 예정이다.
‘다극화 세계의 길로’를 주제로 내건 제7회 동방경제포럼이 5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막했다. 러시아 대통령궁은 푸틴 대통령이 행사 둘째 날인 6일 ‘보스토크(동방)-2022' 군사훈련을 참관한 뒤 7일 동방 경제포럼 전체회의에서 연설을 한다고 밝혔다.
7일 전체회의에는 지난해 2월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이 이끄는 합법 정부를 무너뜨린 민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 사령관,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 롭상남스랭 어용에르덴 몽골 총리, 리잔수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참석한다. 특히, 리 상무위원장은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러시아를 방문하는 중국 최고위급 인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해 중국 지도부는 코로나19 세계적 대확산 이후 외국 방문을 자제해 왔다. 리 상무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중국도 러시아와 연대를 중시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리 상무위원장은 포럼 참석 뒤 몽골과 네팔을 거쳐 15~17일 한국을 방문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는 대면 참석은 하지 않고 전체 회의에서 화상으로 연설한다. 러시아 대통령궁은 푸틴 대통령이 초대된 외국 지도자들과 별도로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극동 지방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2015년부터 이 행사를 개최해왔다. 제3회 때인 2017년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후에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 과정에서 러시아 등의 협력을 얻고 북한과 접촉을 이어가기 위해 이 포럼을 중시해 왔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세계적 대확산 여파로 행사가 취소됐었다.
이번 포럼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쏟아낸 여러 제재에도 러시아가 고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포럼 개막에 앞서 내놓은 환영사를 통해 “시대에 뒤떨어진 일극화 모델은 정의와 평등의 기본 원칙과 개별 국가와 국민의 주권적 발전 경로에 대한 권리의 인정에 기초한 새로운 세계 질서로 대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이 주도하는 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미국 및 서방 주도 질서에 대항하겠다는 생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출 문제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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