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기 키슬리쨔 우크라이나 대사가 28일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28일 열린 유엔 긴급특별총회는 러시아를 규탄하는 성토장이 됐다. 세계 각국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러시아의 군사 행동에 대해 “정당화될 수 없는 주권 침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지난해 9월부터 총회 의장을 맡고 있는 압둘라 샤이드(몰디브 외교장관)는 회의 시작과 함께 모든 참석자에게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제의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세르기 키슬리쨔 우크라이나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살아남지 못한다면 세계 평화도 살아남지 못한다”며 국제 사회의 흔들림 없는 지지를 호소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망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대화의 길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바버라 우드워드 영국 대사는 “우리가 그들(우크라이나)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모든 나라의 국경 안전과 독립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지지를 선언했다. 알렉산더 마르쉬크 오스트리아 대사도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나라들을 향해 “좋은 친구, 정직한 친구는 친구가 잘못을 저지를 때 해야 할 말을 해야 한다”고 러시아 설득에 나서줄 것으로 요청했다.
예상대로 러시아는 굴하지 않았다. 바실리 네벤지아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의 행동이 왜곡되고 있다”며 “러시아가 적대행위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먼저 우리 러시아계 주민에 적대행위를 했다”고 항변했다.
이번 총회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27일 의결에 따라 열린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은 안보리에서 러시아 침공을 비판하는 결의안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되지 않자, 이번 특별총회의 소집을 추진했다. 유엔 긴급특별총회는 1945년 10월 유엔 창설 이래 11번째이며, 지난 1997년 이래 처음이다.
총회에선 거부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2일쯤 총회 표결에 부쳐질 결의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결의안 초안에는 러시아군의 전투 중단과 철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등이 담겨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이날 비공개회의를 열어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안건으로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미국·일본·영국 등 11개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를 “불법적이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로 규정하고 유엔 회원국에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요청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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