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에서 친러 세력의 대피령에 따라 러시아 쪽으로 이동하는 이들이 버스에 탑승해 있다. 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은 동유럽의 ‘화약고’라 불려왔다. 러시아와 접경한 이곳은 러시아계가 많이 살고 러시아어가 지배 언어다. 혈통으로만 따지면 이 지방 전체에서 우크라이나계가 더 많다는 통계도 있지만, 우크라이나계도 러시아어를 주로 쓰면서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이라는 한 국가의 틀에 묶여 있던 시기 공업화 과정에서 러시아인 이주 물결이 이어진 것도 이 지역 민족 구성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곳이 본격적인 유혈 분쟁 무대가 된 것은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빼앗은 직후 러시아계의 분리주의 움직임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친러 세력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수립을 천명했다. 1만4천명이 희생된 내전의 시작이었다. 이듬해에는 독일과 프랑스가 중재에 나서고 러시아도 참여한 ‘민스크 협정’으로 분쟁 종식을 선언했다. 당사자들은 휴전과 친러 지역의 자치권 보장에 합의했다.
두 공화국은 러시아와 붙은 지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나 그 면적은 돈바스 지방 전체의 절반이 안 된다. 친러 세력 장악 지역은 러시아에 군사적·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 지역 주민 수십만명에게 여권을 내주며 사실상 자국 시민 취급을 하고 있다.
민스크 협정에 합의한 뒤에도 러시아는 이 지역의 독립성 내지 친러적 성격을 중시하고, 우크라이나는 국제법상 자국 영토로서 “한시적으로 점령된 지역”이라며 완전한 주권 회복에 무게를 둬왔다. 그로 인해 간헐적 충돌이 이어졌다. 하지만, 러시아가 21일(현지시각) 두 공화국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밝히면서 돈바스의 운명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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