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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진격 명령 내린 푸틴, 어디까지 갈까

등록 2022-02-22 13:45수정 2022-02-22 13:59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지역 병력 투입 지시
명목상 우크라 영토에 러시아군 진주할듯
미국은 수도 등 전면 침공 가능성 경고
우크라 전역 점령은 부담 크다는 분석도
‘친러공화국’ 주장 영토 인정 여부 관건
2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공화국들에 러시아군을 파견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공화국들에 러시아군을 파견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에 대한 행동 개시로 위기를 현실화시키는 단계로 들어섰다. 돈바스 지방에 ‘평화유지군’이라는 명분으로 러시아군을 들여보내는 것은 명목상 우크라이나 영토인 곳을 침범하는 것이다.

미국은 재빨리 대응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 지방 친러 세력이 국가임을 주장하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을 “오래 전에 했어야 할 일”이라며 독립국가로 승인하자 두 지역에 미국인들의 무역과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백악관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조율하고 있다”며 22일에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명령은 미국 쪽이 침공이 임박했다며 요란하게 경고해온 것과 대체로 맞아떨진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과 유럽을 더 긴장시킨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다른 고위 관리들 입을 통해 러시아군이 2월 중순께 행동을 개시할 수 있다거나 핵미사일 시험으로 무력시위를 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또 우크라이나 친러 반군 지역에서 침공 명분으로 삼으려고 공격을 조작할 것이라고도 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가디언>은 러시아 국영방송이 반군 지역 염소 공장을 폭파하려고 침투한 우크라이나 요원들 사살 장면이라며 방영한 화면의 음성을 분석한 연구자들이 2010년 핀란드군 훈련 때 녹음된 폭발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제 문제는 러시아가 어디까지 가느냐다. 미국 관리들은 몇주 전까지는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집결한 러시아군이 위협으로 양보를 얻어내려는 용도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쪽은 이후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국지적 점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더니 최근에는 푸틴 대통령이 전면전을 결심했다는 전망에 크게 무게를 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러시아군이 며칠 안에 침공을 개시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그들은 280만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사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겨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키예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역의 주요 목표물들을 점령할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미국 쪽은 자신들의 이례적 정보 폭로는 미리 계획을 누설해 푸틴 대통령의 의지를 꺾고 주의를 환기시켜 국제적 반러 전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바이든 대통령도 “우리는 러시아가 침공을 정당화하려고 내세울 것으로 보이는 어떤 이유든지 제거하고 그들의 행동을 막기 위해 그들의 계획을 크게,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했다.

침공설을 부인해온 러시아의 이번 행동은 미국의 ‘정보전’을 무시하고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러시아군이 실제로 포문을 연다면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부를 세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등 친서구 노선을 버리게 하는 게 궁극적 목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쪽 정보와 전망대로라면 러시아군은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역을 정복하는 전략을 짠 셈이다. 푸틴 대통령이 21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진정한 국가로서의 전통이 없다”, “현대 우크라이나는 전적으로 러시아, 더 정확히는 볼셰비키의 공산주의 러시아가 만들었다”며 우크라이나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도 전면 침공 가능성을 띄우는 말로 들린다. 러시아군이 돈바스에 진주한다면 우크라이나군과 거리가 가까워져 의도적이거나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도 커진다. <로이터> 통신은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도시 도네츠크에서 푸틴 대통령 발표 뒤 탱크 등 군사장비가 이동했다는 목격담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2014년 크림반도를 뺏을 때보다는 우크라이나군 전력이 강화돼 러시아도 ‘비용’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규군을 패배시키더라도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이나 국제적 압력을 고려하면 큰 부담이다. 그래서 돈바스에 군사력을 배치해 위협을 한층 강화하는 수준에서 미국 등과 타협을 모색할 수도 있다. 국제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대표는 친러 공화국 승인에서 그치면 나토 동맹국들 대오도 흩트릴 수 있다며 “러시아는 젤렌스키 정부를 내쫓으려고 키예프로 진격하는 전격전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한 명의 러시아군 병력이라도” 우크라이나를 침범하면 가혹한 대응을 만날 것이라던 미국도 푸틴 대통령의 명령을 침공으로 규정하지는 않고 앞으로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러시아도 미국 등의 반응을 봐가며 행동 수위와 대화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두 친러 공화국이 주장하는 영토를 러시아가 전적으로 인정하느냐 여부가 전면전으로 갈지 말지를 결정할 수도 있다. 도네츠크·루간스크인민공화국 지배 지역은 돈바스 지방의 반이 안 되지만 이들은 전부를 영토로 주장한다. 러시아가 군사력을 두 공화국의 실질 지배 영역 너머로 배치하려 한다면 우크라이나군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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