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 벨포르 터빈생산공장에서 원자로 6기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벨포르/A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원자로 6기를 새로 짓고 8기 추가 건설을 위한 연구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북동부 벨포르 터빈생산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이런 구상을 발표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원자력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이겠다던 과거 약속을 뒤집은 것으로, 오는 4월 대선을 의식한 조처로 풀이된다. 이번 대선 유력 후보들 중 녹색당 등 몇몇을 제외하곤 모두 원전 투자를 주장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원전 사업의 부활”이라며 500억 유로(68조원)를 들여 국영 전력회사 ‘이디에프’(EDF)에 차세대 가압경수로(EPR 2) 6기를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자로 건설 공사는 2028년 착공하며 2035년까지 첫번째 원자로를 가동한다는 목표다. 또 2050년까지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몇몇 나라에서 개발하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에도 투자해 2030년까지 프로토타입을 건설하겠다고도 밝혔다.
프랑스의 이런 움직임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목표를 주로 원전에 의존해 달성하려는 것으로, 2011년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선언하고 올해 말까지 모든 국내 원전을 폐쇄하기로 한 독일과 크게 대비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로 원전 사업에 투자하지 못했다”며 “프랑스는 원전에 등을 돌리는 급진적인 결정을 하지 않았지만, 의구심이 있었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원전은 소비 전력의 70%를 담당하며 일자리 20만개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국가적 사업이다. 그러나 노후 원자로가 미국(93기) 다음으로 많은 56기나 된다. 이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40년인 노후 원전의 수명을 50년으로 연장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마크롱 대통령의 원전사업 구상을 강력 비판했다. 그린피스의 니콜라스 네이스는 “앞으로 원자로가 만들어낼 치명적인 방사성 쓰레기의 처리 문제를 프랑스에 안기는 결정”이라며 “의회 토론이나 다른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프랑스 국영전력회사 이디에프가 마크롱 대통령의 이날 발표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디에프가 최근 가압경수로 건설 공사에서 공기 연장과 비용 과다초과로 어려움을 겪는 등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프랑스 북서해안의 플라망빌에 짓는 원자로는 30억 유로(4조원)의 공사비를 들여 2012년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잇따른 사고로 공사가 늦어져 2023년 이전엔 완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사비도 120억 유로(16조원)로 껑충 뛰어올랐다. 핀란드에서도 2009년 완공예정이던 원자로 공사가 아직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고, 중국 광둥성의 이디에프 원자로도 지난해 성능 이상이 신고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재생에너지에도 투자도 늘려,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을 10배 확대하고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50곳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놓았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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