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병사가 10일 남부 로스토프의 훈련장에서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로스토프/AP 연합뉴스
독일이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무기 공급을 막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13일치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독일이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지원·획득청을 통해 구매하려던 드론 대응용 소총과 저격수 대응 무기 도입을 막았다고 밝혔다. 독일은 이후 일부 무기의 우크라이나 이전에 동의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난달 국방장관에 취임한 레즈니코프는 독일이 러시아와 연결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르트스트림2를 건설하는 것을 이런 행동의 배경인 것처럼 설명했다. 그는 “독일은 아직 노르트스트림2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으며 동시에 우리가 방어 무기를 획득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이건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이는 독일이 러시아의 눈치를 봐 무기 공급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도 들린다.
레즈니코프 장관은 나토를 통한 무기 획득이 어렵다면 미국, 영국, 프랑스 정부와 직접 구매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여러 면에서 러시아군에 열세인데, 특히 방공 무기가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는 주요 파이프라인이 지나는 우크라이나는 독일~러시아의 노르트스트림2 사업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노르트스트림2가 가동되면 유럽 에너지 안보에서 자국의 위상이 감소하고 파이프라인 통과료 수입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무기 구매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우크라이나 쪽의 주장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떤 이유로 동의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독일 정부의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한편 레즈니코프 장관은 국경에 10만 병력을 집결시킨 러시아의 실제 침공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면서도, 전쟁이 발발한다면 “많은 관들이 러시아로 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러시아의 침공은 국제적 규칙이 사라진 “현재 세계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배제한다거나 가입 일정을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미국으로부터 전달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못하게 하려는 러시아의 책략은 나토 동맹을 약화시키려는 살라미 전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화상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에 관해 러시아 쪽과의 추가 협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러시아는 국경을 면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레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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