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위기 등을 놓고 화상회담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미군을 파병해 군사 개입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논의하기 위해 나토의 주요 4개국과 함께 러시아와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 오전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에 탑승하기 앞서 ‘러시아의 침략을 막기 위해 미 지상군의 투입이 필요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테이블 위에 있지 않다. 우리는 나토 동맹국들에 대해선 그들이 공격받으면 (모두 함께 대응한다는 집단방위의무를 못박은 나토) 5조에 의해 개입해야 할 도덕적·법적 의무가 있다. 그 의무는 나토 밖으로 확장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기에 미국이 직접 군사 대응하진 않겠다고 명확한 뜻을 밝힌 것이다. 그는 대신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경제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미국이 무력 대응이 아닌 경제 보복 조처를 취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나토의 확장 등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을 논의하기 위해 적어도 4개 나토 회원국과 러시아 사이에 ‘더 고위급의 회담’(meetings at a higher level)이 발표되기를 희망한다. 이 회담을 금요일(10일)엔 발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협상이 잘 진행되든 아니든 이는 동부전선의 온도를 낮출 것이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나토의 확장 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함께한 회담에서 두 정상이 이 문제와 관해 의견을 좁힌 게 아니냐는 추정이 이어진다. 러시아는 그동안 나토의 동쪽 확장, 특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강력히 반대하며 이를 법적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미국은 나토 가입은 나토와 해당국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러시아의 요구를 일축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회담은 아주 열려 있었고, 실질적이었고, 건설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어떤 경우라도, 미국 쪽도 우리 회담의 결과에 대해 같은 식으로 느꼈을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의 나토 주요국들은 2008년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약속했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의 전 단계로 꼽히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시도하자, 러시아는 2014년에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동부의 친러 세력들의 분리 독립운동을 지원해 왔다. 이런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철회든 강행이든 미국과 러시아 양쪽 모두에게 큰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 정상회담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나토 확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에 합의함에 따라, 일촉즉발의 위기 앞에 선 양국 관계가 숨통을 트게 될지 주목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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