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의 폴란드 접경 도시인 그로드노에 있던 중동 난민촌이 17일 철거된 모습. AP 연합뉴스
폴란드로 중동 난민들을 보내 유럽 난민위기를 조성하던 벨라루스가 임시 난민촌을 철거했다. 최근 급격히 고조된 유럽의 난민위기를 해소하겠다는 신호이다.
벨라루스는 폴란드와의 국경 지대에 급조된 난민촌을 17일 철거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18일 보도했다. 벨라루스 국영 언론들은 폴란드 국경 도시 쿠즈니카 인근의 난민촌에서 17일 아침에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폴란드 국경 검문소도 “브루즈기의 국경검문소 인근 난민촌도 폐쇄됐다”며 “벨라루스 당국이 외국인들을 인근의 물류창고로 보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정부는 이미 17일에 1천명 이상의 난민들을 인근 창고로 옮기고,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 난민촌에 있던 시리아 등 중동에서 온 난민들은 폴란드로 입국해, 독일 등 서유럽으로 가려고 했다. 이에 폴란드는 이들 난민들의 입국을 저지했고, 이 과정에서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쏘기도 했다. 중동 난민들은 폴란드-벨라루스 국경 지대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지내는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었다. 벨라루스 정부는 중동에서 온 난민들을 폴란드 국경 지대로 인도해, 난민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난민촌에 있던 난민들이 어디로 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대변인은 17일 루카셴코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대에 있는 2천여명의 난민을 독일로 보내는 ‘인도적 회랑’을 만드는 것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5천여명의 잔여 난민들을 본국인 시리아와 이라크로 돌려보내는 데 도움을 주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 난민들의 본국 송환 여객기가 17일 431명의 이라크 난민을 태우고 벨라루스를 떠났다고 대변인은 밝혔다. 남아있는 난민들은 “절대적으로 떠나기를 거부하고 있으나 우리는 노력할 것이다”고 대변인은 설명했다.
독일은 메르켈 총리가 루카셴코와 합의했다는 인도적 회랑에 대해 확인하지 않고 있다. 독일 언론들은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난민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기술적 차원의 회담이 벨라루스 정부와 열렸다고만 확인했다.
메르켈 총리가 루카셴코 대통령과 회담한 것에 대해 유럽에서는 비난이 일고 있다. 유럽 각국의 지도자들은 루카셴코가 인권탄압과 독재를 하고 있다며, 회담을 거부해왔다. 유럽 각국의 정치인들은 메르켈 총리가 루카셴코와 회담을 했다면, 이는 난민 위기 조성을 통해 유럽에 압력을 넣으려는 루카셴코의 의도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번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대 난민 위기에 대해 벨라루스가 인도적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이들 난민의 입국을 반대해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