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11일 의회에서 9월 총선에서 승리한 사회민주당 총리 후보 올라프 숄츠와 얘기하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 하루 확진자가 5만명 넘게 발생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백신 접종은 사회적 의무라고 호소했다.
메르켈 총리는 11일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 정상회의 초청 화상 인터뷰에서 “우리는 백신을 접종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그것은 큰 행운이고 과학과 기술의 성취”라면서 “동시에 우리는 사회를 보호하는 데 기여하기 위한 특별한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권리일 뿐 아니라 의무라며 접종을 독려한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서는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4차 대유행으로 감염자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 의료 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독일 정부는 하루 확진자가 5만196명으로 처음으로 5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고 11일 밝혔다. 전날에도 역대 최다 기록(3만9676)이 집계됐는데 하루 만에 증가 폭이 1만명 이상 늘었다. 독일의 누적 감염자는 489만명, 사망자는 9만7198명에 이른다.
접종 완료율이 67.3%에 달하는 독일에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미접종자들이 노인층와 건강 취약층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일의 저명 바이러스학자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은 접종률을 빨리 끌어올리지 않으면 앞으로 몇개월 안에 또다른 1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16개 주정부 총리들에게 긴급 회의도 제안했다. 이 회의에서는 접종 확대 방인이 논의될 예정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바이러스는 정치적 과도기를 고려하지 않는다”며 신속하고 단합된 노력을 호소했다. 독일 정부는 애초 무료였다가 지난달 11일부터 유료로 전환한 신속 검사를 다음주부터는 주당 1회 무료로 실시하기로 했다.
16년간 집권한 메르켈 총리는 애초 9월 총선과 함께 물러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속한 기독교민주당-기독교사회당연합이 사회민주당에 패한 결과가 나온 가운데 연립정부 구성이 시간을 끌면서 총리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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