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코로나19 확산세에 처한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바이러스 검사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세계 대부분의 지역과 달리 유독 유럽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5차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기에 접어들었다는 경고가 나왔다.
프랑스의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각)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이틀 연속 1만명을 넘었다며 “몇몇 이웃 국가들이 5차 대유행기를 맞고 있으며, 프랑스도 5차 대유행기에 접어든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의 이날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1883명을 기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는 지난 9월 초 이후 2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독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다시 사상 최고치인 3만9676명을 기록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기존 최고치는 지난 5일의 3만7120명이었다.
베를린자선병원의 바이러스 책임자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은 전국 병원의 집중 치료실 상황을 볼 때 진정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며 “당장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당장 긴급한 행동이 시급하다며 “독일의 백신 접종률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만큼 충분히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9일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66.6%다. 포르투갈(87.4%) 스페인(80%) 덴마크(76%) 등에 못 미친다.
메르켈 총리는 새 정부 출범 때까지 정책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는 임시 관리 내각을 이끌고 있지만, 연방 정부와 16개 주지사가 참여하는 대책 회의를 추진했다.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임시 관리 내각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지 따지지 않는다”며 “온나라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원들이 포화 상태에 이를 위기라고 <에이피>가 전했다. 타티야나 골리코바 부총리는 전국에 코로나19 환자용으로 배정한 30만1500개 집중 치료 병상 중 비어 있는 병상이 17.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골리코바 부총리는 “상황이 안정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러시아의 코로나19 사망자는 1239명으로 집계돼,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신규 확진자는 3만8058명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7일 보고된 확진자가 다른 모든 대륙에서 그 전주보다 줄었지만 유럽 대륙은 7% 늘었다고 이날 밝혔다. 보건기구는 지난주 유럽의 확진자 규모가 전세계 확진자의 63%를 차지했다며 유럽 국가 중 40%는 일주일 사이 확진자 증가율이 10%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각국은 백신 접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는 그동안 65살 이상 고령층에게만 실시하던 백신 추가접종을 12월부터 50살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영국도 청소년 접종과 50살 이상자에 대한 추가접종에 집중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서유럽 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스위스도 최근 ‘전국 백신 주간’을 설정하고 백신 접종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비교적 높은 편인 이탈리아는 젊은층의 백신 접종에 집중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