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재개장한 홍콩의 ’6·4 박물관’에 지난 1990년 이후 해마다 열린 천안문 민주화운동 유혈진압 희생자 추모를 위한 촛불집회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에서 1989년 천안문(톈안먼)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박물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공안당국이 천안문 유혈진압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연례 촛불집회를 불허한 직후여서 눈길을 끈다.
31일 <빈과(핑궈)일보>의 보도를 종합하면, 코로나19 여파로 잠정 폐쇄했던 홍콩 카오룽반도 몽콕 지역에 있는 ‘6·4 기념박물관’이 전날 오후 재개장했다. 이 박물관은 1989년 5월 천안문 시위 지지를 위해 설립된 ‘애국민주운동 지지 홍콩시민연합회’(지련회)가 건립을 주도했다.
신문은 “재개장에 맞춰 천안문 민주화운동 당시 모습과 1990년 이후 해마다 6월 4일 홍콩에서 열린 촛불집회 모습 등을 담은 특별 사진전이 마련됐다”며 “6·4 촛불집회를 열지 못하게 돼 박물관 한켠에 따로 희생자들에게 헌화할 수 있는 공간도 설치됐다”고 전했다.
알프레드 로 지련회 활동가는 신문에 “전시물은 지난 32년 동안 홍콩인들이 알고 있었던 기록을 모은 것일 뿐”이라며 “오늘 홍콩에서 사실과 역사, 진실을 말하는 게 범죄가 아니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두가 6·4의 기억을 지킬 책임이 있다. 다 같이 한 걸음씩만 더 내디딘다면, 가장 극렬한 정치적 탄압도 우리를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홍콩 공안국에 딸린 대중집회·행진 상소위원회는 29일 지련회가 6월 4일 홍콩섬 빅토리아공원에서 열 예정이던 촛불집회를 불허한 경찰의 결정을 최종 확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련회 쪽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 빅토리아공원에서 일체 행사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콩 프리프레스>는 거리시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 ‘웡 할머니’란 애칭으로 불리는 민주화 운동가 알렉산드라 웡(65)이 전날 오후 천안문 유혈진압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경찰 쪽은 “불허된 6·4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한 혐의로 체포했다. 수사가 끝나지 않아 아직 풀려나지 않은 상태”라고 확인했다.
홍콩 공안당국은 지난 29일 따로 성명을 내어 “6월 4일 집회는 허가되지 않은 불법 집회”라며 “누구라도 해당 집회에 참석하거나, 참석을 촉구 또는 유도하면 최고 징역 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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