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판 국가보안법을 피해 망명길에 오른 청년 활동가 네이선 로가 지난해 8월25일 중국-이탈리아 외교부 장관 회담장 부근에서 “홍콩과 함께 한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급격한 사회·정치적 환경 변화 속에 외국행을 원하는 홍콩 청년층이 늘면서 ‘두뇌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보도를 종합하면, 회원 수가 30만명을 넘는 홍콩 최대 청년단체인 홍콩청년협회(HKFYG)가 전날 공개한 설문 결과 대졸 이상 학력의 35살 미만 청년층 4명 가운데 1명(24.2%)꼴로 향후 5년 안에 외국에서 일자리를 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는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유럽, 미주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에 딸린 청년연구센터가 소속 회원 1135명을 상대로 지난 1월16일~2월2일 실시한 온라인 설문 결과, ‘외국행을 원한다’고 답한 청년층 가운데 15.8%는 ‘다시는 홍콩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또 12.6%는 ‘외국 영주권 또는 시민권을 취득한 이후에만 귀환을 검토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응답자 3명 가운데 2명은 월수입이 2만홍콩달러(약 292만원) 이상이며, 14.8%는 4만홍콩달러(약 585만원)를 넘는 고소득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행을 원하는 이유로는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꼽은 응답이 41.5%로 가장 많았다. 반면 ‘궁극적으로 이민을 원하기 때문’(36.7%)이란 답변과 ‘사회·정치적 안정을 위해서’(34.9%)란 답변도 높게 나왔다. 향후 홍콩 복귀를 위해 필요한 조건을 묻는 말엔 △고소득(41.6%) △개인의 자유 보장(38.1%) △충분한 발전 기회(35.8%)를 꼽은 이들이 많았다.
홍콩 청년층의 ‘외국행 열풍’은 중국 당국이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입법에 나선 지난해 5월 이후 본격화했다. 특히 ‘재외국민여권’(BNO) 소지자의 영구 이주를 보장한 영국을 비롯해 영미권 각국이 홍콩인에 대한 ‘이민 문턱’을 잇달아 낮춘 것도 이런 흐름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지난 11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범민주파의 정치 참여 제한을 뼈대로 한 홍콩 선거제도 개편안 통과되면서, 청년층의 ‘탈홍콩’ 행렬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년연구센터가 지난 1월 공개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29%가 영구 해외이주를 원한다고 답한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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