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31일 2021년 신년사를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중국에선 “미국 차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회복 △동맹 복원 △미-중 관계 재조정을 차기 행정부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제시한 탓이다. ‘자유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반자유주의’는 중국을 상정한 것이다. 동맹 복원 역시 중국에 맞서기 위한 수단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관계 재조정에 나서면, 양국 갈등은 인권·노동·환경·무역 등의 분야에서 불꽃을 튀길 가능성이 크다. 반면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방역,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 확산 방지 등과 같은 분야에선 ‘선택적 협력’이 가능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당사국이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주최국이었다. 북핵 문제가 미-중 갈등 해소·완화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북핵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당선자에게 극단적 여론 분열이란 선거 후유증 극복과 코로나19 방역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무너뜨린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회복하고, 흔들리는 동맹을 복원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그렇다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전략적 인내’를 되풀이할 수도 없다. 미국의 의도적 무관심이 지속되는 동안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바이든 당선자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전문가들이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식을 중국과 한국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북-미 갈등 속에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 2017년 7월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이른바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진’(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동시 추진)을 한반도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쌍중단’은 2018년 한반도의 봄을 만들어낸 촉매로 활용됐다. 북·미 두 정상이 세 차례나 얼굴을 마주했음에도, ‘쌍궤병진’은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2018년 4월5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단계적, 동시적, 일괄타결”을 북-미 협상의 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는 “한반도 핵 문제는 역사가 길고, 북-미 간에는 기본적인 신뢰도 없다”며 “평화 프로세스는 비핵화를 전제로 점진적으로 진행돼야 하며, 단계마다 각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의 이 같은 주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사적인 4·27 남북정상회담을 한달여 앞둔 같은 해 3월25~28일 중국을 방문했을 때 했던 발언 취지와 정확히 일치한다.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지난달 8일 리춘푸 난카이대 교수의 말을 따 “중국과 한국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긴밀한 소통과 중재를 통해 새로운 4자 대화 채널 구축에 나서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중단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재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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