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섬 중심가에 자리한 빅토리아항 부근에 고층 건물이 밀집해 있다.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 10곳 가운데 4곳은 사업 기반을 다른 지역으로 옮길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EPA 연합슈느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 10곳 가운데 4곳 꼴로 사업 기반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중국 갈등 격화 속에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까지 시행돼 기업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홍콩 주재 미국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39%가 홍콩보안법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이후 자본·자산·영업망 등을 홍콩 이외 지역으로 옮길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14일 보도했다. 조사는 미국상공회의소 소속 전체 기업의 13%에 이르는 154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7~11일 이뤄졌다.
홍콩 주재 미국 기업들이 이전을 고려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적용 대상과 범위 등이 모호한 홍콩보안법 시행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졌다. 실제 응답 기업의 44%는 한달 전에 견줘 홍콩 보안법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답했다. 둘째, 미-중 갈등 심화 속 홍콩자치법(HKAA)을 포함한 미국의 제재로 홍콩이 누려온 특혜가 사라졌다. 응답 기업의 75% 가량이 전반적인 홍콩의 기업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답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문은 “7월애 실시한 같은 조사에선 응답 기업의 35.5%가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답했지만, 홍콩보안법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이후 홍콩을 떠나겠다는 답변이 늘고 있다”며 “홍콩 주재 미국 기업에서 근무하는 개인 차원에선 ’홍콩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이 53%로 더 높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응답 기업의 46%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긴급 사태’를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했다고 답했다. 이어 홍콩보안법 시행(37%)과 미-중 갈등(31%), 반정부 시위(28%) 등에 대처하기 위해 비상계획을 수립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아직까지 미국 달러화 유동성과 자본시장, 인력 등의 측면에서 아시아에서 홍콩을 대신할 곳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홍콩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가 깨져 자본금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답변도 나왔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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