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한 뒤 양해각서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10월 중국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는 ‘시황제의 대관식’으로 불렸다.
당장(당헌)에는 ‘시진핑 새 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공산당의 지도이념으로 들어갔다. 이제 그의 오류는 중국공산당의 오류가 된다. 중국공산당이 틀렸다고 말할 사람이 없다면, 시진핑이 틀렸다고 할 사람도 없다.
시진핑은 당의 관례를 깨고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은 채 집권 2기를 시작했다. 새 지도부 7명이 처음으로 공개되던 날, 좌중을 향해 손을 흔든 것은 시진핑 혼자였고 ‘2인자’ 리커창 총리를 포함한 6명은 박수를 치며 입장했다. 상무위원 6명은 모두 시진핑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수직적 관계가 됐다.
시진핑 1인으로의 권력 집중은 중국 엘리트 집단의 합의 아래 진행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개혁개방 이후 초고속 경제성장이 계속됐지만, 부는 지역과 계층에 따라 차등 분배됐다. 그 사이에 싹튼 부패와 심각한 격차에 분노하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강력하고 집중된 권력이 필요하다는 지도층의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시진핑의 권력 집중은 대외적으로 ‘강한 중국’을 떨치는 데서 더욱 힘을 얻는다. 시진핑 개인이 주창했다고 알려진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정책은 중국의 경제 범위를 유라시아 전체로 확장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동시에, 미국의 해상 봉쇄를 돌파해 군사력을 확장하고, 에너지 수송로를 확보하는 지정학적 의미를 가지고 추진되고 있다.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대’를 강조하는 시진핑의 ‘강군몽’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중요한 요소다.
중국은 ‘중국 특색’이라는 표현으로 정치 체제와 사회 모순에 대한 서구의 비판을 배격한다. ‘중국 특색’ 발전 경로가 짓누르는 중국 사회 분위기도 무겁다. 당국에 비판적인 변호사, 운동가들이 줄줄이 체포됐고, 인터넷 감시·통제도 강화됐다. 중국 당국이 통제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우회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상사설망(VPN) 서비스도 철퇴를 맞았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옥중 사망,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중국 재벌 궈원구이가 폭로하는 중국 지도부의 비리는 모두 중국 내에선 차단된 트위터에만 머물 뿐이다.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한 급속하게 발달하는 중국의 정보통신과 ‘전자금융결제 시스템’ 등이 전례 없이 강력한 ‘빅 브러더’ 감시사회 구축에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2018년은 마오쩌둥 사망 42주기이자, 중국의 개혁개방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라는 중국공산당의 두 버팀목을 기억하면서, 시진핑은 자신이 새로운 버팀목이 되겠노라 선언했다. 미국의 세계 질서가 급속히 쇠락하는 가운데 중국이 주도하는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선언한 시진핑의 중국을 세계가 숨죽이며 바라보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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