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9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미국 퀼컴, 보잉, 에너지 기업들 대박
9일 미-중 정상회담의 백미는 회담 뒤에 이어진 각종 무역협약의 체결이었다. 전체 규모는 2500억달러가 넘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자 정상회담 및 확대 정상회담 뒤 기업들의 협약 체결 행사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단상에 앉아 있고, 양국 기업인들이 각각 5명씩 3차례 나와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중산 중국 상무부장은 이날 기업가 대화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 방중 기간 양국의 경제협력 규모가 2535억달러(약 283조원)에 이른다며 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기록이자 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국영석유기업 중국석화(시노펙)는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중국은행과 더불어 미국 알래스카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43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 오포, 비보 등 3사는 미국의 통신장비업체 퀄컴에서 3년 동안 120억달러어치 부품을 산다는 공동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산하에 있으며 일대일로 사업 투자를 맡고 있는 실크로드 펀드는 미국 쪽과 공동펀드를 꾸리기로 했다. 중국투자공사도 골드만삭스와 공동펀드를 꾸리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 방중 첫날인 8일에도 미-중 양국 기업은 에너지, 화공, 농산품, 비행기 부품, 생명과학, 스마트도시 건설, 환경보호 분야 등에서 계약 19건을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 일행이 베이징에 도착한 지 불과 2시간 만에 체결한 규모가 모두 82억달러였다.
이런 막대한 규모의 경제협약 체결은 무역불균형을 비판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이 안겨준 선물이라는 게 중평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지엠(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3대 자동체 업체가 중국에서 제조·판매한 차량 수가 500만대라며, 이는 다른 나라에서 판매한 것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대미 투자도 급증한다며, 중국이 미국에 일자리 14만개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에 체결된 계약 다수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 방식이어서, 실제로 이행되려면 협상에 몇년이 걸릴 수 있다는 등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중국 항공기재집단공사는 미국 보잉사 항공기 300대, 370억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했지만, 그중에 신규구매가 얼마나 되는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미국 기업에 중국 시장을 더 개방한다거나, 중국 금융시장을 개방한다는 등 실질적 내용을 담은 계약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순방 성과를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중국이 그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익명의 미국 관료는 이러한 지적에, “한·중·일 정상과 좋은 관계를 맺은 것만으로도 미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