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장대 환영식 훌륭…세계 각지 전화 와”
기자회견선 시·트 한마디씩 하고 질문 없이 퇴장
궁바오지딩, 토마토쇠고기, 중국산 와인 등 만찬
트위터 차단 ‘만리장성 방화벽’ 뚫고 글 올리기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9일 오전 9시17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이 계단을 내려왔다. 이들은 3분 뒤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를 맞이했다.
전날 중국 역사의 상징인 자금성을 통째로 비운 채 트럼프 대통령 부부에게 만찬과 경극 공연 등으로 ‘황제 의전’을 선보인 데 이어, 시 주석은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에서 천안문을 거쳐 인민대회당에 이르는 창안(장안)대가를 통제했다. 여느 국가정상의 환영행사 때처럼 예포가 발사되는 천안문광장은 비어 있었다. 10일엔 만리장성 일부 구간과 베이징 동물원이 비워질 예정이다.
두 정상은 인민대회당 동문 광장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군악대의 양국 국가 연주를 들은 뒤 레드카펫을 밟으며 의장대를 사열했다. 계단에 선 미국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는 분홍색 꽃무늬의 검정 드레스로 단연 눈에 띄었다. 중국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은 갈색 코트 차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정상회담에서 “오늘 아침 의장대 환영식은 참으로 훌륭했다(magnificent)”고 극찬했다.
이날 왕양 부총리와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 중국 고위 인사들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방중 대표단들이 행사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브랜스태드 대사를 소개하자, 시 주석은 “라오펑유”(오랜 친구)라며 반가워했다.
의장대 분열식과 군악대 연주를 끝으로 15분간의 공식 환영 행사가 끝나자 두 정상 부부는 인민대회당으로 올라갔다. 인민대회당 내에서도 중국 전통 음악, 어린이 합창단 공연이 이어졌다.
정상회담과 기업인들과의 행사가 끝나고 오후 1시께 시작된 공동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준비한 원고를 바탕으로 발표를 한 뒤, 일어서서 외치는 기자들의 질문을 무시하고 퇴장했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는 <뉴욕 타임스> 기자가 시 주석에게 중국의 언론 상황에 대한 질문을 던져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된 바 있다.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은 리커창 총리를 면담한 뒤, 주중 미국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났다. 저녁엔 시 주석이 주최하는 국빈만찬에 참석했다. 코코넛향 순두부, 궁바오지딩(닭고기·견과류 볶음), 토마토쇠고기, 중국산 포도주 등이 나온 만찬에는 리 총리와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중국 지도부가 대거 출동했다. 시 주석은 건배사에서 “중-미 관계 발전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의 기회를 활용해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만들자”고 답했다.
만찬장에선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패드로 시 주석에게 보여준 외손녀 애러벨라의 중국어 노래 동영상이 방영되기도 했다. 1953년 작곡된 <우리의 들판>이라는 중국 동요로, 중국의 아름다운 산천을 자랑하는 노래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서 올리는 트위터 게시물도 화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첫날인 8일 자금성 방문 뒤 “자금성에서의 잊을 수 없는 오후와 저녁”이라며 첫 글과 사진을 올렸다. 구글과 트위터, 페이스북의 접속이 불가해 ‘만리장성 방화벽’으로 불리는 중국의 삼엄한 검열을 어떻게 우회하고 있는지가 관심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백악관 담당기자들은 로밍 상태의 스마트폰으로 트위터 이용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지만, 백악관은 구체적인 방식을 설명하지 않았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