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나흘만에 통화…트럼프가 전화
“미와 한반도 문제 소통·협조 희망”
‘대화·협상’ 원칙은 언급안해 주목
“미와 한반도 문제 소통·협조 희망”
‘대화·협상’ 원칙은 언급안해 주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평화적 방식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미-중 정상회담 뒤 불과 나흘 만의 통화로,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에 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보호할 것을 견지하고, 평화적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며 “미국과 함께 한반도 문제에 소통과 협조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그동안 중국이 강조해온 ‘3대 견지’(비핵화, 평화·안정,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와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견지’가 빠지고 대신 ‘평화적 방식을 통한 문제 해결 주장’이 새로 들어갔다. 지난 8일 중국 외교부의 정상회담 결과 자료에서도 ‘대화·협상’이었으나, 불과 며칠 사이에 ‘평화적 방식’이란 새 표현이 등장했다. 미국이 현 상황에선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상황을 고려해, 그 대신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나서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이 말한 ‘평화적 방식’은 대화·협상뿐 아니라 제재까지 포함하는 비군사적 방식을 모두 뜻할 수 있어, 일정 정도의 대북제재 강화에 미-중이 합의했음을 보여준다는 풀이도 나온다. 하지만 이것이 중국의 기존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루캉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설명하면서 ‘3대 견지’의 내용을 되풀이해 언급하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 원칙에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롼쭝쩌 중국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12일 중국기자협회 초청행사에서 관련 질문에 “제재는 한계가 있고, 결국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평화적 방식은 대화·협상을 통한 방식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화통신>이 전한 통화 내용 대부분은 지난 6~7일 미국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다뤄진 사안들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도 “미-중이 함께 노력해 광범위한 영역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돼 있을 뿐 새로운 메시지가 담겨 있지는 않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일반적으로 초청받은 중국 쪽이 전할 법한 메시지”라며 “전통 외교 관습을 따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식 외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한 지 불과 나흘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통화한 것도 이례적이다.
중국은 일각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11일 왕이 외교부장은 ‘북한이 또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어느 나라건 (한)반도 정세의 긴장을 자극시킬 수 있는 행동을 하는 데 대해 당연히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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