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슨호 재배치, 미-호주 훈련 취소 사전 미고지 비판
“한국에 미리 알리지 않은 건 동맹 무시한 행위”
백악관, 미-중 정상회담 뒤 대북정책 공개하고도
여전히 “모든 옵션 고려” 등 불안감 부채질
“한국에 미리 알리지 않은 건 동맹 무시한 행위”
백악관, 미-중 정상회담 뒤 대북정책 공개하고도
여전히 “모든 옵션 고려” 등 불안감 부채질
‘예측 불가능한 외교’라는 비판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동맹인 한국을 고려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거나 일관되지 못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한반도 위기설’이 확산된 데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외교 행보도 한몫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선 항공모함 칼빈슨의 항로 변경이나 과정에 대해 한국 쪽에 사전에 알리거나 충분한 협의를 했는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지난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칼빈슨호가 한반도 인근 해역에 배치될 예정인지에 대해 “우리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해군은 통상적으로 항모의 이동을 사전에 알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태평양사령관이 싱가포르에 기항해 있던 칼빈슨 항모 전단을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당일인 지난 8일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항모 전단 이동 자체의 무력 시위 효과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한국 쪽에 사전에 통지하거나 상의하지 않았다면 일방적 배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11일(현지시각) 칼빈슨호의 항로 변경 과정을 설명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 해군과 예정했던 연합훈련을 취소하고 이 항모 전단을 북쪽으로 향하게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미-오스트레일리아 연합훈련 취소를 제3국인 한국에 알려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칼빈슨호를 한국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한반도 방향으로 이동시키기로 결정했다면 미국이 충분한 설명을 해야 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미국의 군사적인 언행 하나하나가 동맹국인 한국 국민한테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미국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도 “미국이 한국에 미리 알리지 않고 한반도 위기설을 즐긴 것이라면 동맹을 무시한 것이고, 한국 쪽에 통보했는데도 국방부가 말하지 않은 것이라면 국방부가 노골적으로 국내 정치에 개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두번째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일 미-중 정상회담 뒤 대북 정책의 큰 방향을 발표해놓고도 여전히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는 등의 모호한 화법을 거듭 사용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백악관이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발표한 성명이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기자회견 등을 보면 △미국의 대북 제재 강화 △중국 협조를 통한 북한 압박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협상 가능 등, 우선순위가 앞에 있는 대북 정책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무력 사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정치적 압박을 강화하는 내용의 대북 정책 접근법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안에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줄이도록 압박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중국 기업·은행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채택하는 방안도 들어 있지만 군사적 옵션은 후순위로 미뤄졌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방영된 <폭스 비즈니스>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구에서 최강의 군대를 갖췄다. 그(김정은)는 잘못된 일을, 큰 실수를 하고 있다”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고, 자신의 카드를 조끼 속에 감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옵션’이라는 말로 군사적 조처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듯한 뉘앙스를 일부러 흘리는 듯한 모습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일관적인 기질은 러시아나 시리아, 한반도 긴장 고조의 순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정인환 김지은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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