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광장서 항의…중, 경계 강화
“베이징 올림픽의 행복은 우리의 고통 위에서 열린다.”
중국 철거민들이 4일 베이징 중심 천안문 광장 부근에서 올림픽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20여명의 시위대는 이날 천안문 광장 바로 남쪽의 첸먼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대치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시의 대규모 재개발로 집을 잃고 쫓겨났으며, 자신들이 살던 지역은 나이키와 스타벅스 등 유명 상점들이 즐비한 상업지구가 됐다고 호소했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을 앞두고 이 지역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며 시위를 원천봉쇄해 왔다. 내외신 기자들에게도 이곳을 취재하려면 하루 전에 사전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일 세계 각국 대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허가한 것이 세계적 화제가 됐을 정도다. 그러나 이들 철거민들은 천안문 코 앞의 쳰먼거리에서 시위를 벌여 중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중국 정부는 테러와 시위 등에 대비한 경계 태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4일 올림픽 주경기장과 서우두 공항 등 주요 시설에는 1m 이하의 간격으로 군과 경찰들이 포진해 날카로운 눈빛으로 행인들을 어보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중국 정부가 지난달 말부터 전국 각지에서 경찰 120만명, 군 20만명 등 140만명을 차출해 베이징 지역에 대한 24시간 경계에 투입했다고 4일 보도했다. 베이징 인구 약 1600만명 가운데 10명 중 1명은 군·경찰인 셈이다. 병력이 밀집된 베이징 중심부는 인구 5명에 치안관계자가 1명 꼴의 ‘인해전술’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처방은 7월초 “베이징 테러위험도가 최고 수준에 달하고, 완전히 막는 것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있다”는 시 치안책임자의 보고서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등에게 전달된 뒤 내려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주요 간부직원들에게는 “가능한 한 번화가에 접근하지 말고 공공 교통을 이용하지 말라”는 내부 지시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 보안센터의 톈이싱 대령은 지난 1일 베이징군구 제6장갑사단에서 이례적으로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은 올림픽을 겨냥한 어떤 테러 시도도 저지할 능력이 있다”며, 올림픽 안전을 위해 3만4천명의 군병력과 전투기 74대, 헬기 48대, 함정 33척, 그리고 지대공미사일 및 레이더 시설을 갖췄다고 밝혔다. 시내버스 내부와 버스 정류장에는 2만5천명의 보안 요원들이 ‘의심스런’ 승객과 화물을 검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돈을 벌기 위해 시골에서 베이징으로 올라왔던 농민공 100만명도 신원불명과 사회에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을 들어 강제로 귀향조처했다. 농민공들이 몰던 서민들의 교통 수단 삼륜차는 이미 두달 전 베이징에서 모두 사라졌다. 지하방에서 거주하는 농민공들을 쫓아내려는 단속반원들과 농민공들의 숨바꼭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 도쿄/박민희 김도형 기자
베이징 도쿄/박민희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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