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이 펼쳐진 2일 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공안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는 가운데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 놓고 있다.베이징/올림픽사진 공동취재단
‘허삼관매혈기’ 작가 위화의 쓴소리
“당장 닥친 숙제는 올림픽 아닌 경제
정부대책 부실하면 신용뒤기도 가능
동북아평화는 북핵문제 영향이 더커”
“당장 닥친 숙제는 올림픽 아닌 경제
정부대책 부실하면 신용뒤기도 가능
동북아평화는 북핵문제 영향이 더커”
“이런 상황이라면 애초에 올림픽 개최 신청을 하지 않는 게 나았을 성 싶다.”
날카로운 풍자로 중국의 현실을 고발해 온 작가 위화(48)가 베이징 올림픽을 향해 직설을 퍼부었다. 그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올림픽 개최를 신청했을 때의 기대와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펼쳐지는 현실이 완연히 다르다”며 “지금은 안전이 올림픽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의 직설은 ‘올림픽 뒤’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곳곳에서 경제적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올림픽이 끝나고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사회적 폭발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중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올림픽이 아니라 경제”라고 연거푸 강조했다.
- 당신과 중국에 이번 올림픽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올림픽은 성대한 명절이다. 100년 만에 찾아온 설날이라고 해도 좋다. 그런데 지금은 안전이 올림픽보다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올림픽이 중국 여행업계에 큰 이익을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올림픽은 오히려 중국에 많은 불편을 끼치고 있다.”
- 베이징 올림픽을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비유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비유는 중국과 중국인들에 대한 모욕이다. 오늘의 중국과 나치 시대의 독일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 나치 시대는 독재와 침략의 시대였다. 중국은 지금 개방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의 중국은 적어도 문화혁명 때의 중국과는 완전히 다르다.”
- 올림픽을 앞두고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 것이 바로 중국의 인권 문제다. 인권 문제에서 외국인의 관심은 중국의 소수에 대한 것이다. 중국의 인권 문제는 그런 것이 아니다. 중국의 인권 문제는 법 집행의 불공정에서 비롯한다. 일부 지방 관리들는 매우 부패해 있다. 토비와 다를 바 없다. 가난한 이들은 자신의 이익이 침해당할 때 법에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법관과 경찰, 관리들은 모두 한 바지를 입고 있다. 최근 웡안현에서 일어난 주민들의 격렬한 시위는 바로 이런 법 집행의 불공정 문제에서 불거진 것이다.” - 티베트(시짱)와 신장의 시위나 테러가 올림픽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보는가? “달라이 라마는 총명한 사람이다. 만약 시짱 사람들이 올림픽 기간에 일을 저지른다면 그는 국제적으로 매우 난처해질 것이다. 문제는 올림픽 이후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달라이 라마에게 대화의 문을 열었다. 올림픽이 끝나고 그 문을 닫으면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 올림픽 후의 중국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금 중국의 제일 큰 문제는 경제다. 정부는 사회적 불안을 피하기 위해 물가를 통제하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뒤 기름값과 식료품값이 상승한다면 문제가 커질 것이다. 겨울엔 여름보다 기름 소비가 증가한다. 부동산 시장도 심각하다. 어떤 경제 전문가는 내년에 부동산 회사 80%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정부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중국도 신용위기에 빠질 수 있다. 지금 미국의 신용 위기는 부동산 문제에서 일어난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새로운 조처가 나오지 않으면 중국에서도 그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부동산 대출이 많은 은행은 파산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 중국 정부가 그런 상황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인가? “능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판단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판단이 옳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내년부터 그 다음해까지 중국은 힘든 시기를 보낼 것이다. 중국 정부에 돈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보조금을 풀어서라도 2~3년 정도 버티는 데는 문제 없다. 이 때 경제 문제가 사회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어떤 나라에선 경제 문제가 2~3개월 사이에 사회 문제로 변한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그렇게 큰 사태로 발전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 올림픽 이후에 중국을 보는 국제 사회의 시각이 바뀌리라고 보는가? “중국이 올림픽을 통해 세상의 주목을 더 받으려 할 필요는 없다. 중국에 대한 세상의 주목도는 이미 높다. 중국이 이번 올림픽에서 어떻게 해도 세상이 중국을 보는 시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 대한 시각을 변화시킨 건 쓰촨성 지진 때 나타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이었다. 올림픽으로 중국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관념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 베이징 올림픽이 남·북한 화해를 비롯해 동북아에 평화의 메시지를 주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다. “그런 기대는 환상이다. 올림픽은 기본적으로 스포츠 행사다. 동북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올림픽이 아니라 북한 핵 문제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냉정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가면 북한 핵 문제를 푸는 데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남·북한은 언젠가는 다시 하나가 될 것이다. 미국에 의지하는 정책으로는 이를 앞당길 수 없다. 올림픽은 경기와 함께 끝나지만, 북핵 문제는 계속 토론해야 할 문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위화, ‘현대중국 들여다보는 창’ 위화는 지난달 30일 고향인 항저우에서 올림픽이 임박했음을 체감했다. 베이징으로 올라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서만 5시간을 기다린 것이다. 다음날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요즘엔 베이징으로 들어오지도 말고 베이징에서 나가지도 않는 게 좋다”며 웃었다. 그는 중국의 이른바 ‘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극한 속에 놓인 인물을 통해 중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평을 받는다. 중국 밖의 사람들에게 그의 소설은 ‘중국을 들여다보는 창’으로 통하기도 한다. <허삼관 매혈기>, <산다는 것은>, <형제> 등의 작품은 한국에서도 소개됐다. <산다는 것은>은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장이머우 감독과 궁리 주연의 영화 <인생>으로 만들어졌다. 1960년 항저우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마련해 준 도서대출증을 이용해 매일 책을 읽으며 소년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한때 발치인(이빨을 뽑아주는 사람)으로 일하기도 했다. 베이징대를 졸업한 뒤 1983년 단편소설 <첫번째 기숙사>를 발표하면서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그런 것이 바로 중국의 인권 문제다. 인권 문제에서 외국인의 관심은 중국의 소수에 대한 것이다. 중국의 인권 문제는 그런 것이 아니다. 중국의 인권 문제는 법 집행의 불공정에서 비롯한다. 일부 지방 관리들는 매우 부패해 있다. 토비와 다를 바 없다. 가난한 이들은 자신의 이익이 침해당할 때 법에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법관과 경찰, 관리들은 모두 한 바지를 입고 있다. 최근 웡안현에서 일어난 주민들의 격렬한 시위는 바로 이런 법 집행의 불공정 문제에서 불거진 것이다.” - 티베트(시짱)와 신장의 시위나 테러가 올림픽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보는가? “달라이 라마는 총명한 사람이다. 만약 시짱 사람들이 올림픽 기간에 일을 저지른다면 그는 국제적으로 매우 난처해질 것이다. 문제는 올림픽 이후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달라이 라마에게 대화의 문을 열었다. 올림픽이 끝나고 그 문을 닫으면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 올림픽 후의 중국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금 중국의 제일 큰 문제는 경제다. 정부는 사회적 불안을 피하기 위해 물가를 통제하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뒤 기름값과 식료품값이 상승한다면 문제가 커질 것이다. 겨울엔 여름보다 기름 소비가 증가한다. 부동산 시장도 심각하다. 어떤 경제 전문가는 내년에 부동산 회사 80%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정부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중국도 신용위기에 빠질 수 있다. 지금 미국의 신용 위기는 부동산 문제에서 일어난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새로운 조처가 나오지 않으면 중국에서도 그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부동산 대출이 많은 은행은 파산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 중국 정부가 그런 상황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인가? “능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판단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판단이 옳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내년부터 그 다음해까지 중국은 힘든 시기를 보낼 것이다. 중국 정부에 돈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보조금을 풀어서라도 2~3년 정도 버티는 데는 문제 없다. 이 때 경제 문제가 사회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어떤 나라에선 경제 문제가 2~3개월 사이에 사회 문제로 변한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그렇게 큰 사태로 발전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 올림픽 이후에 중국을 보는 국제 사회의 시각이 바뀌리라고 보는가? “중국이 올림픽을 통해 세상의 주목을 더 받으려 할 필요는 없다. 중국에 대한 세상의 주목도는 이미 높다. 중국이 이번 올림픽에서 어떻게 해도 세상이 중국을 보는 시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 대한 시각을 변화시킨 건 쓰촨성 지진 때 나타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이었다. 올림픽으로 중국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관념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 베이징 올림픽이 남·북한 화해를 비롯해 동북아에 평화의 메시지를 주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다. “그런 기대는 환상이다. 올림픽은 기본적으로 스포츠 행사다. 동북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올림픽이 아니라 북한 핵 문제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냉정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가면 북한 핵 문제를 푸는 데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남·북한은 언젠가는 다시 하나가 될 것이다. 미국에 의지하는 정책으로는 이를 앞당길 수 없다. 올림픽은 경기와 함께 끝나지만, 북핵 문제는 계속 토론해야 할 문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위화, ‘현대중국 들여다보는 창’ 위화는 지난달 30일 고향인 항저우에서 올림픽이 임박했음을 체감했다. 베이징으로 올라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서만 5시간을 기다린 것이다. 다음날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요즘엔 베이징으로 들어오지도 말고 베이징에서 나가지도 않는 게 좋다”며 웃었다. 그는 중국의 이른바 ‘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극한 속에 놓인 인물을 통해 중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평을 받는다. 중국 밖의 사람들에게 그의 소설은 ‘중국을 들여다보는 창’으로 통하기도 한다. <허삼관 매혈기>, <산다는 것은>, <형제> 등의 작품은 한국에서도 소개됐다. <산다는 것은>은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장이머우 감독과 궁리 주연의 영화 <인생>으로 만들어졌다. 1960년 항저우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마련해 준 도서대출증을 이용해 매일 책을 읽으며 소년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한때 발치인(이빨을 뽑아주는 사람)으로 일하기도 했다. 베이징대를 졸업한 뒤 1983년 단편소설 <첫번째 기숙사>를 발표하면서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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