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 “SBS보도 부도덕” “정부보안 부실” 맹비난
한국 <에스비에스>가 29일 보도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영상이 중국 누리꾼들의 맹비난을 받고 있다. 중국 온라인에는 ‘신비감을 떨어뜨린 파괴 행위’라며 분노하는 의견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톈야’ ‘왕이’ 등 중국 포털에 나타난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개 “당국이 심혈을 기울여 보안을 유지하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공개한 것은 부도덕한 일이다” “몰래 찍은 영상을 방영해 개막식을 기대하는 전세계의 기대를 떨어뜨렸다” “보도가 지나치게 상세하고 촬영 솜씨가 전문가 수준이어서 입수 경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등의 내용들이다. “무지한 건지 무치한 건지 알 수 없다”는 비난도 나왔다. 중국 반관영통신 <중국신문망>은 누리꾼들이 리허설을 촬영한 ‘범인’이 누군지 색출작업까지도 벌일 태세라고 전했다.
다른 한편에선 “보안 조처가 부실했던 것은 중국 쪽 책임이다. 만약 개막식 리허설이 아니라 군사 훈련이 노출됐다면 타당한가”라며 당국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일부러 흘린 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전격적으로 촬영하는 게 가능한가”라며 ‘의도된 스포일러’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29일 <에스비에스>는 저녁 스포츠 뉴스에서 전날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실시된 개막식 리허설 장면을 “에스비에스 취재팀이 단독으로 촬영했다”며 보도했다. 2분 길이 영상에는 매스게임 카운트다운과 경기장에 펼쳐진 대형 동양화, 무술 시범, 레이저쇼 등 연습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올림픽조직위 쪽은 “개막식 장면이 새어나가 우리도 큰 충격을 받았다. 리허설에 어떤 언론 매체도 초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래 촬영한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는 에스비에스에 특별조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홍콩 <명보>가 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언론이 비밀을 지켜줘야 한다”며 조직위 쪽을 두둔했다.
<에스비에스> 관계자는 31일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주경기장에 자원봉사자를 인터뷰하러 갔다가 개막식 연습 중이어서 우연히 촬영한 장면이다. 비윤리적 방법을 동원한 것은 아니었다”며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개막식 모습을 한국 시청자들에게 미리 알리려는 의도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올림픽 관련 취재에서 한국 방송사들이 보복성 조처를 받을 수 있지 않으냐는 일부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며 “조직위원회 쪽에서 △촬영 영상의 인터넷 공개를 중단할 것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지 말 것 △다른 언론사에 제공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해,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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