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오리파
최초 비공산계 인민대표 ‘야오리파’ 재선 실패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야오리파(49)는 “나는 반대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1987년부터 네 차례나 후베이성 첸장시 인민대표에 도전한 끝에 1998년 독립후보로선 중국에서 최초로 당선한 그는, 불합리한 일을 볼 때마다 큰 소리로 이 말을 외쳤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인민대표로 일하면서도 몇 번이나 이 말을 외쳤는지 모른다.
2일 베이징의 한 서점에서 만난 그는 낭랑한 목소리에 눈동자가 빛나는 사람이었다. 선거에서 졌다는 실망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네 시골학교에서 볼 수 있는 소박한 교사의 풍모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자행된 정부의 부정을 끝까지 추궁할 생각”이라며 “아직 선거가 끝나지 않은 곳에 가서 다른 독립후보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야오리파는 선거 기간 내내 공안당국의 감시와 방해에 시달렸다. 선거자료를 배포하려고 하면 사사건건 검열이 붙었다. 동료 교사들이 그를 도울까봐 학교에선 밤늦도록 합창연습을 시켰다고 한다. 11월8일 선거 전날 밤엔 보안요원들이 그의 집을 포위했다. 주민들은 투표일 통지도 받지 못했고, 그를 돕던 자원봉사자들은 수시로 구타를 당했다.
그는 “중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역사의 추세이고, 이를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인민은 무능한 사람이 권좌에 앉아 있는 것을 오래 참지 못한다”며 “빈부격차와 관리들의 부패 같은 엄혹한 현실이 인민들의 정치적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실이 자연스레 민주화에 대한 욕구로 이어질 것이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 자체가 민주주의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후보들의 연대에 큰 기대를 거는 듯했다. 그는 “독립후보들의 정치적 열정이 서로를 뭉치게 만들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도 서로 선거운동 비법을 교환하고, 선거제도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선거운동을 조직하고 자료를 준비하는 것을 대만과 홍콩에서 배웠다”며 “한국을 비롯한 외국의 시민단체와 힘을 모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판된 그의 자서전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당신은 왜 늘 반대만 하는가?”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에겐 진실을 전달할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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