궈더강
아시아 사람들
중 국보급 대접 ‘상성’ 연기자…보통사람 내세워 관객 공감
올해 베이징에서 가장 비싼 성탄절 만찬은 량마허호텔의 4200위안(45만원)이다. 식사 값 3688위안에 봉사료 15%가 붙은 값이다. 지난해 가장 비쌌던 성탄절 만찬보다 1000위안 가량 많다. 그런데도 이 호텔의 성탄절 만찬 티켓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귀빈석 티켓 100장은 이미 동났다. 이에 대한 호텔 쪽의 설명은 간단명료하다. “궈더강이 나오지 않느냐?”
궈더강(33)은 요즘 중국에서 국보급 대접을 받는 ‘상성’(相聲) 연기자다. 우리의 만담과 비슷한 중국 전통 공연예술인 상성을 부활시켜 최고의 ‘문화상품’으로 만든 이다. 그의 공연을 보기 위해선 늦어도 2주 전에는 표를 사둬야 한다. 극장 앞에는 암표상이 득실거리는데,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상성 역사에서 폭발적인 이런 인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상성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혼자 하는 단구 상성, 두 명이 하는 대구 상성, 그리고 세 명 이상이 하는 군구 상성이 그것이다. 궈는 이 가운데 대구 상성을 즐겨 한다. 말하고, 흉내내고, 웃기고, 노래하는 네 가지 기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한 번은 관객의 앙코르 요청이 쏟아져 무대를 내려갔다 올라오기를 무려 17차례나 했다.
궈의 상성은 대개 보통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버스운전사, 분식점 주인, 경찰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그의 상성을 통해 희로애락을 드러낸다. ‘자만심이 크다’(自大)에 점 하나만 붙이면 ‘악취’(臭)가 된다는 식의 말장난으로 교만한 이들을 꾸짖기도 한다. 상성을 왕조시대의 구닥다리로만 알았던 이들에겐 새로운 경험이다.
1973년 톈진에서 태어난 그는 8살 때부터 중국 전통예술의 대가 밑에서 혹독한 수련을 받았다. 상성 뿐만 아니라 경극, 평극 등 중국의 전래 공연예술을 두루 깨쳤다. 그렇게 고된 훈련기를 거친 그는 1986년 베이징에서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더윈서’(德云社)라는 극단을 차렸다. 이후 유실되다시피 한 600여개의 상성을 복원하며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지난달 베이징에서 극단 창립 10주년 기념 공연을 했다. 일주일 동안 이어진 공연은 매일 초만원을 이뤘다. 주요 고속도로가 짙은 안개로 봉쇄되자 텐진에서 자전거를 타고 베이징까지 온 열성팬도 있었다고 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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